학교로 돌아오려는 제자에게 / 나희덕 '학교에 다니고싶어요'

[올드걸의시집]

 

  오랜만에 네 편지를 뜯는다, 한번도
  너의 얼굴을 잊은 일은 없었지만은,

  교실문을 여닫을 때마다
  바람이 닫고 가는 문 뒤에 네가 서 있었다.
  선생님, 저예요, 제가 왔어요.
  저도 학교에 다시 다니고 싶어요,
  또렷한 네 음성에 놀라
  떨리는 손으로 수업을 시작하곤 했지.

  한달간의 가출로
  자퇴서를 쓰고 돌아섰던 너,
  노동자들과 함께 보내던 날들이 그립다던
  너에게 이제 편지를 쓴다.

  너는 그릇에 넘치는 물, 
  화분 위로 끓어오르는 뿌리 굵은 나무,
  그리하여 팍팍한 땅에 심겨지고자 하는 나무, 
  그러나 네가 돌아오려는 이곳은
  넓지도 기름지지도 않은 땅이란다. 

  단 한번도 너의 등을 떠나보낸 적은 없었지만
  저 넓은 들판과 거친 물결 속으로 
  어느 새 너의 떠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 한 점 없는 이 교실에서는.

  나희덕 시집, <뿌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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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수요일' 낳은 여성들, 설은주-옥소리-노현희

[사람사는세상]
2008년 12월 17일. 이들의 소식을 접하고 나의 수요일은 슬픔에 잠겼다. 공교롭게 모두 여성이다. 

일제고사 반대 해임 당한 설은주.

황폐한 시국을 살다보니 웬만한 뉴스엔 놀라지도 않는다. 눈물은커녕 욕도 한숨도 콧방귀도 안나오는  지경이 되어버렸는데 오늘 아침 사진 한 장에 막혔던 눈물샘이 툭 터져버렸다. 일제고사 반대로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교정을 나서는 유현초등학교 설은주 교사의 사진이다. 끝내 일을 벌이는구나. 이 사안으로 총 7분의 선생님이 해임됐다. 급식로비로 금품 수수한 교사, 학생을 성희롱한 교사는 정직으로 끝내면서 일제고사 거부 선택권을 준 교사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서울시교육청은 2008년 3월 학부모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 교사들에게 경징계 결정을 했고, 2007년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추행한 교사에게 정직 3개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설 교사는 “학생들에게 시험 선택권을 준 것이 성추행한 교사보다 더 큰 잘못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겨레 12.14 기사)

이런 식으로 가면 이제 학교에 누가 남을까. 공부는 학원에 내맡기고 촌지나 바라는 죽은 교사들. 아이를 담보로 출판사, 급식업체와 거래하는 장사치들, 아이들 안색보다 윗분들 눈치나 살피는 관료주의자들만 남게 생겼다. 절망적이다. 

특목고 늘리는 것도 부족해 특목중도 내년부터 몇 군데가 더 생긴다. 대원외고가 대원중을 만들고, 영어와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는 귀족학교 영훈초등학교가 영훈중학교를 만들었다. 어제 만난 초6학년 딸을 둔 어떤 엄마가 대원중학교 입학원서를 내러 갔더니 80명 뽑는데 5000명이 지원서를 냈다고, 떨어질까봐 안절부절 하더라. 이렇게 되면 특목고 땜에 중학교 교육이 '초토화' 됐듯이, 특목중 때문에 초등학교 교육도 엉망되는 일만 남았다. 이제 막 콧물 뗀 10돌도 안 된 어린 아이들까지 시험에 시달리고 점수의 노예로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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