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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퇴근 - 안영춘 월간 <나들>편집장

[행복한인터뷰]

월간 <·> 편집장 안영춘

일일 2시간 운동·숙취 해소·명상

 

 

소년은 자전거로 중학교를 통학했다. ‘자전거하고 나하고’ 40분 거리를 초고속으로 달리며 쾌감을 맛보았다. 아버지랑 고물상에서 부품 사다가 조립하고 고쳐가면서 자전거를 탔다. 고등학교 때 스쿨버스를 타게 되어 페달을 밟지 못했다. 그리고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전거를 오매불망 그리워하면서도 선뜻 돈을 쓰지 못하는 가난한 기자를 연민한 한 친구가 자전거를 선물했고, 그 때부터 자출을 시작했다. 자출 3년차. 경기도 화정에서 공덕동로타리 지나 만리동 고개의 <한겨레> 사옥까지, 자전거로 약숫물 같은 아침 공기를 가른다. 편도 25km난코스다.

 

번잡한 길은 차라리 안전해요. 갓길을 달리면 되죠. 가장 놀랄 때는 자전거가 가는데 맞은편에서 확 좌회전 하는 경우에요. 차들의 흐름을 알아야 해요. 뒤편에 차가 있든 없든 수신호를 보내야 하죠. 가장 위험 구간은 램프인데 그 때는 자전거 속도를 애매하게 해야 해요. 빨라도 안 되고 느려도 안 돼요. 차가 피해갈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합니다.”

 

 

안영춘 기자는 지난 10월 한겨레가 창간한 사람매거진 <·> 편집장이다. 잡지 창간을 앞두고 밤을 낮 삼아 일할 때도 막판 3일을 빼고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계속 했다. 교통량 많고 운전 난폭한 비정한 거리서울 도심을 자전거로 통과하다니, 남들은 목숨 걸고 타는 걸로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은 목숨 지키기 위해 탄다고 말한다.

 

자전거 출퇴근이 고될 꺼라 생각하는데 버스나 승용차를 타는 것보다 10분밖에 차이나지 않아요. 컨디션 좋고 바람이 도와주면 자전거로 한 시간 걸리는데 그 사이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몸이 버텨주는 거죠. 바쁠 때는 자정이 다 돼서 집에 가요. 그날 있었던 일을 다 복기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바람에 날려요. 어쩌다 차를 가져가면 머릿속이 복잡해서 새벽에 잠이 안 와요. 자전거 타고 집에 가면 바로 자요.”

 

아침에 눈 떠 몸이 아주 힘든 날은 경의선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출근한다. 신촌기차역에 내려서 거기서부터 회사까지 자전거를 탄다. 과음한 다음 날은? 당연히 자출이다. “낑낑거리며 헛구역질 하면서 땀을 빼니까 술이 잘 깬다.” 숙취 해소에 자전거만한 게 없다고 너스레다. 땀이 많은 여름철에는 한겨레 사옥 지하 발송장 옆 샤워장을 이용하고 평소에는 내 코가 견딜 수 있을 만큼만씻는다. 에피소드도 많다. 그의 자출 복장은 등산바지에 윈드재킷. 근무복은 가방에 넣어 다닌다. “하루는 옷을 안 챙겨왔어요. 하필 그날 사장실에 불렀죠. 어떡해요. 선배가 입고 있는 정장바지 뺏어서 입고 선배에게 내 등산바지 입혀 놓고 사장실에 갔죠.(웃음)”

 

도로사정, 잦은 술자리, 야근, 샤워시설 등 어느 하나 여의치 않아 보이지만 그러한 상황들이 그에게는 자출의 이유로 고스란히 환원됐다. 대다수 도시인은 일터와 집을 오갈 때 첨단 운송 수단에 의탁하고 비노동시간에 레저용으로 자전거를 타지만, 그는 반대다. 자꾸만 멀어지려는 노동과 삶을 두 바퀴로 잇는다.

 

 

 

 

건축가 위진복

자전거와 도로 나눠 쓰는 영국의 자출체험

 

그는 승용차가 없다. 9년 간 영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자 운전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 복잡해진 도로. 더 늘어난 차들. 마침 집과 회사가 가깝다. 서래마을에서 서초역까지 10분 거리. 영국에서 그랬듯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짧은 시간 반복되는 거리를 통과하면서 몸에 육박해오는 많은 것들을 본다. 자전거가 제공하는 시각적 이로움을 즐기는, 그는 건축가다.

 

영국에서 다니던 설계사무소 직원이 150명이었는데 40명이 자출을 했어요. 회사에서 자전거를 구입하면 30%를 지원해 주고 보험에 가입해 주고 샤워실도 있죠. 무엇보다 자전거 길이 좋아요. 사슴이 뛰어다니는 리치몬드 파크를 가로질러서 가는데 석양이 지면 너무 아름다워요. 아스팔트도 매끄럽고 자전거 타는 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습니다.”

 

위진복은 런던 리치몬드에서 헤머스미스까지 2년간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왕복 1시간 30분 거리. 유년 시절에 잠깐 자전거를 타던 초보자가 비즈니스 셔츠와 신발을 가방에 넣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자출족 대열에 합류했으니, “문화가 사람을 바꿔주더라고 말한다.

위진복은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설계사사무소에서 일하다가 재충전을 위해 영국의 명문 건축학교 AA스쿨로 떠났다. 교육 과정을 마치고 킹스턴 대학교에서 1년 간 학생을 가르치고 영국왕립건축사(ARB)6년을 일했다. 생의 노른자위를 영국에서 보낸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전거와 자동차의 아름다운 공존이었다.

 

차들이 자전거와 도로를 같이 쓴다는 인식이 있어요. 자전거를 탄 채 자동차 지붕을 잡고 도는 사람이 있을 정도죠. 차도에서 클락숀 소리가 들리지 않고 할머니도 운전을 하거든요. 자전거랑 차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저도 자출이 가능했죠. 자전거로 일하러 가는 게 중요하지 레저는 덜 중요합니다. 레저는 남은 근육을 쓰는 행위지만 출퇴근은 누구나 하잖아요. 기름 5리터 쓸 일을 자전거 타면 안 쓰니까요.”

 

영국은 비가 거의, 매일, ‘짜증나게자주 온다고 한다. 그래서 자전거용 물 빠지는 신발과 비를 가리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타고, 폭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타야 한다. 타기 전에는 걱정스러워도 막상 타면 좋단다. 살면서 여러 가지 탈 것을 이용하지만 속도마다 경험의 스케일이 다르다. 유리창이 없는 자전거는 있는 그대로 보고 가까운 걸 본다. “자전거는 몸에 직접 영향이 오니까 여긴 오르막, 여긴 자갈길 등 주변을 해석하고 다녀야 해요. 길에 예민해지죠.”

 

건축은 예술이고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사람이다. 서울시가 선정한 공공건축가 77인에 선정된 위진복은 자전거를 통해 본 것들, 느낀 것들을 서울의 시공문화에도 녹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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