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영 설치미술가 "나는 용산투쟁 재개발 잡부다"

[행복한인터뷰]

‘용산역’이 ‘용산참사역’으로 변한지 1년이 흘렀다. 삶을 통째로 빼앗긴 그들은 삶이 와해된 바로 그 자리에서 억척스럽게 살아냈다. 시커먼 연기 머금은 남일당 건물은 분향소로, 고 이상림씨가 운영하던 레아호프는 커피향 그윽한 카페이자 갤러리와 미디어센터가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고 양회성씨 가게였던 삼호복집은 유가족 살림집으로, 그리고 좁은 골목길은 매일 저녁 미사가 열리는 남일당 성당으로 변했다. ‘남일당 마을’이 된 이곳에서 유가족은 삼시세끼 밥을 먹고 등 붙이고 잠을 자고 까만 상복 빨아 널며 네 번의 계절을 보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감으로써 365일 투쟁의 역사를 쓰기까지, 그의 역할이 컸다.

스스로를 ‘잡부’라 부르는 박도영 씨. 그는 남일당 마을에서 전기 배선공사와 수도공사, 목공일, 컴퓨터 세팅 등을 도맡은 전천후 기능공이다. 또한 레아카페를 만든 절대미각의 바리스타이자, 외국인활동가 친구들에게 용산참사를 알린 국제연대담당으로 활약했다. 본업은 설치미술가에 별명은 게으른 천재. 힘이 장사인 네 얼굴의 사나이는 스산하고 썰렁한 이곳을 복닥복닥 정이 엉키고 삶이 자라는 공간으로 가꾸었다. 철거현장에서 대안적 삶을 만들어낸 진정한 ‘삶의 기술자’와 남일당 마을, 1년을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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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범국민장 - 민들레꽃처럼 살아야한다

[사람사는세상]

가볍고 따뜻한 검은색 옷으로 최대한 겹겹이 입느라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했다. 추운 것도 싫지만 둔한 건 더 싫었다. 아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아들아, 이렇게 입으면 따뜻하겠지? 근데 너무 투박한가, 조끼를 벗을까....” “엄마, 장례식인데 그냥 소박하게 입어요. 장례식에는 화장도 하는 거 아니래요.” “얘는, 내가 뭐 깃털모자라도 썼냐;; 날씨가 추워서 그렇지. 글구 립스틱만 발랐거든. -_-; 근데 화장하는 거 아니라고 누가 그러던?” “도덕시간에 배웠어요.”  '쳇. 도덕시험이나 좀 잘 볼 것이지...' 

아들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나는 지금 상가에 가는 길이다. 이례적인 장례식이다. 조의금은 온라인으로 넣었다. 고인이나 유가족을 아는 것도 아니지만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일 년 동안 문상은 또 몇 번짼가. 죽어서도 죽지 못한다더니, 육신은 냉동고에 갇히고 영혼은 구천을 떠돌았던 그분들이 오늘에서야 장례를 치른다. 원래는 3일장에 끝나고 길어야 5일장인데 이번엔 355일장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고인들은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춥고 고달프고 원통했을까. 가는 길이라도 쓸쓸하지 않도록 마음 한 자락 보태는 수밖에. 아무쪼록 장례식에는 문상객이 많은 게 진리다. 가난할수록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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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317일 째 미사

[사람사는세상]

다시 겨울이 될 줄은 몰랐다.  백일 지나고 이백일 지나고 삼백일 지났다는 얘기를 듣는 동안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로. 매일 미사가 열린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한편 불안했다. 가느다란 실로 발목을 매단 것처럼 마음이 쓰였다. 한번 가보자는 결심만 주기적으로 남발했다.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았으련만, 그런 일은 기어코 생기지 않았다. 용산참사 317일 째 미사에 참석했다. 저녁에 시간 되면 용산에 갈래? 친구에게 문자를 넣어 기습적으로 동행했다. 한 사람이라도 체온을 더 보태면 좋을 것 같았다.  

한 오십여명 모였을까. 조촐했다. 회색 의자에 은박지 방석을 깔고 맨 뒷줄에 앉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 다행이었다. 엄마가 절두산 성지에 계셔서 미사에 몇 번 참석해봤는데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부님이 말씀하시고 기도하고 중간 중간 찬송가를 불렀다. ‘금관의 예수’도 나왔다. 가사도 멜로디도 참 구슬픈 노래.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어디에서 왔나 표정없는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갈곳없는 사람들..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죽음 저 편 푸른 숲에 아 거기에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자는 후렴구가 크게 크게 밤하늘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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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시디자인탐사> 삶을 약속하는 디자인인가?

[비포선셋책방]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세 군데를 기웃거린다. 인문, 시, 예술 코너다. 누군가 오래 관찰하고 사색한 결과물을 아름다운 언어으로 엮은 것, 거기서 우러나는 향기는 항상 날 취하게 한다. 예술 중에서도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디자인에 관한 책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림도 멋있고 하나의 작품이 태어나기까지 생장스토리도 '인간시대' 못잖게 뭉클하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소유하고 싶어지는 나약한 인간인지라, 꽃 꺾듯이 몇 권의 책을 주섬주섬 사모으기도 했다.

김민수 교수는 서점에서 내가 향내에 취해 코를 킁킁거리다가 찾아낸 분은 아니다. 4년 전 즈음 밥벌이용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초기에 선배가 도움을 줬는데, 선배가 자기의 글쟁이 친구들에게 내글을 보내서는 '지도편달'을 부탁했다. 그 중 한 선배가 이것저것 충고해주면서 '글쓰기의 좋은예시'로 보내준 게 김민수 교수의 글이었다. 주제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도 역사와 삶 속에서의 의미연관도 짚어주고 시적으로 아름다운, 깊은 성찰이 담긴 글이었다. 전문분야의 글이었지만 어렵지도 않고 잘 읽혔다. 그 때 '좋은 글'에 대한 감을 잡았다. 물론 감 잡은 것과 그렇게 쓰는 것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가로놓여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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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아고라'

[비포선셋책방]


아고라에서 글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죽은 글이 없다. 농수산물시장처럼 팔닥팔닥 살아있다. 최근 용산참사를 비롯해 주로 정치적인 사안이 핵심 이슈가 되고 노골적인 집회공지나 선동글도 많지만, 아고리언들이 던지는 대개의 화두는 (정당)정치가 아닌 삶의 문제로 인식된다. TV나 신문을 통해 접하면 같은 사안이라도 '국회'나 '청와대'의 것. 즉 나와 먼 얘기처럼 느껴지는데 반해 아고라의 복닥거림 속에 빠져 있노라면 금세 정치적인 회로로 사고의 흐름이 세팅되어 '세상일에 열받고 화내고 욕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이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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