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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의 영화 - "홍상수 영화에 약 탔나봐"

[극장옆소극장]

사랑은 교통사고인가에 관한 물음

'난 사랑은 교통사고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피할 수 있다는 거?’ ‘응’ ‘음... 그래.  어떤 점에서 그런지 더 설명해줘’ ‘주체는 자기 의지와 윤리적 선택에 따라 형성되는 거잖아. 먼저 결정돼 있는 게 아니고.’ ‘그래도 싫은 사람을 억지로 사랑할 수는 없잖아.’ ‘그런데 좋은 사람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나는 어떤 남자에 굉장히 빠졌었거든. 그 때 외로워서 그랬던 거 같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거야.’ ‘왜? 섹스하고 싶어서?’ ‘응. 근데 뻔히 보였어. 굉장히 강하고 복잡한 사람이었어. 저 사람을 사랑하면 내가 고통으로 몸부림치겠구나’ ‘복잡한 사람 사랑하면 지옥이지’ ‘엄청 참았어. 지금 생각해도 잘 한 거 같아. 사랑하지 않은 건’ ‘난 그렇게 이성이 판단하기 이전에 일어나는 사건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지나 결심마저 무화시키는 소용돌이. 어떤 격정.’ ‘그런 거 없어. 다 자기의 판단과 선택이야.’ '타당한 면이 있네. 더 생각해 볼게.'



홍상수의 ‘옥희의 영화’가 시작됐다. 역시 사랑. 통속적인 사랑. 재밌고 웃기고 남루하고 쓸쓸한 사랑. 하루에도 몇 번씩 그렇게 만났다 헤어지는 둘레를 가진 것들에 관한 이야기. 사는 동안 많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또 어떤 차이를 가지는 게 인생이라고 홍상수는 얘기한다. 좋아서 미치겠다. 이 세계의 비밀을 자기만의 언어로 농밀하게 심상한 듯 풀어내는 그를 나는 거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번에는 스태프 5명에 5천만 원에 만들었다고 한다. 이전 작품보다 더 저예산에 더 즉흥적으로 제작한 실험적인 영화였다. 앙상블이 뛰어나다. 묘한 울림과 애상을 자아낸다. 괜히 가슴이 뛰고 웃음이 났다. 옥희 역의 정유미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있다. “학교에 무슨 약 탔나봐? 요새, 다들 나 좋다고 난리다. 난리” 나는 홍상수가 영화에 약 탄 거 같다. 요즘 들어 좋아 죽겠다. 기자 간담회에서도 홍상수 빠돌이빠순이 기자들이 난리가 났다. “먼저 일 년에 두 편이나 감독님 영화를 보게 돼서 기쁘단 말씀 드리고 질문하겠습니다.” 맘속으로 맞장구쳤다. '하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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