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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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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철학 2 - 기억과 증언의 문제 # 사는 능력 아우슈비츠 수수용소에 들어가고 3-6개월이면 어김없이 죽었다. 몇 명은 살았다. 독일어를 몰라서 일찍 죽어간 자들도 많다. 단어 하나 배우기 전에 쓸려나간 것이다. (레비는 ‘침몰당한 자와 구조된 자’라는 책을 썼다.) 수감됐다고 다 희생자가 아니라면, 구조된 자들은 무슨 힘으로 살아남았는가. 동물성과 야수성이다. 이것이 있을 때만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았다.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에 나오는 사례. 알프레드는 늘 깔끔하고 품위유지를 목숨처럼 여겼다. 남들과 다르게 처세함으로써 신분상승을 이뤘고 특수임무를 맡았다. 앙리는 친화력이 좋았다. 상대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등 약자의 위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 마치 애완견처럼 굴어 살아남았다. 사는 능력은 윤리와 존엄성 포기했을 때 도달했다. #..
아우슈비츠, 상처의 철학 인간이 겪는 고통과 기억, 언어의 관계에 관심이 생겼다. 아직은 막연하다. 글쓰기수업 할 때 과제를 내주면 대부분 고통스런 기억을 긁어내 언어로 담아온다. 잘 안 담긴다. 흩어진 나날들. 자기로부터 객관화가 어려운 기억인데 털어버리고 싶을 때 알맹이 없는 글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빈 중심에 들어찬 진실이 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여질 수 없는, 잊을 수도 기억할 수도 없고 당할 수밖에 없는 일들, 삶에서 떼어버리고 싶지만 자기를 형성한 결정적인 부분인 삶의 어두운 이면들. 누구나 있다. 사회면에 나오는 흉흉한 뉴스들. 그 자체로 야만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일들을,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인간이 참 많이도 겪고 산다. 이 범람하는 고통 앞에서 나는 ‘앎이 삶을 구원할 수 있는가’ 라는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