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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3] 사랑밖엔 난 몰라 - 두통과 사랑
  2. [2011.06.06] 벚꽃 핀 술잔 / 함성호 (7)

사랑밖엔 난 몰라 - 두통과 사랑

[차오르는말들]


일년에 서너 번 정도 두통이 찾아온다. 주로는 과음으로 인한 후유증이고 가끔 체한다. 그 괴로움은 생각만해도 미칠 것 같다. 만화주인공처럼 머리카락에서 번갯불 뻗친다. 삼일 전부터 두통이 습격했다. 나 술도 안 마시고 체하지도 않았는데 이런적 처음이다. 집에 원두가 똑 떨어졌다. 혹시 카페인 부족으로 정신이 깨어나지 않는 건가 싶어 달려나가 그 뜨거운 커피 드링킹해보아도 좀체로 가라앉지 않았다.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다고 말할 때, 그 지끈지끈의 전격 체험. 그렇게 머리가 아프니까 얼굴에 웃음 사라지고 표정 일그러진다. 엘리베이터 얼굴보고 깜짝 놀랐다. 아우. 저 퀘퀘한 여자가 나야? -.-; 누가 말시켰는데 기운없이 대답하고 대화를 잇지 못해 미안했다. 생이 통째로 우울해졌다. 늘 만성두통과 소화불량으로 까칠예민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성격과 인품 형성은 독서나 교양 같은 정신적 요인보다 생리적 건강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다. 어제까지 괴로웠는데 오늘은 좀 낫다. 어색한 나로 삼일을 살았네. 

두통 최고조에 이르던 수요일밤 마을버스에서 들은 노래. 사랑밖엔 난 몰라. 잠시 나마 두통이 가셨었드랬다. 진짜 트로트는 안마효과가 내장됐다. 굳이 아프지 않더라도 나는 시내버스에서 주로 감상에 젖고 심지어 울컥 눈꼬리에 물기까지 맺히곤 하는데 아무래도 기사님과 음악적 취향이 유사한가보다.;; 성적취향과 음악적 취향은 숨길 수 없다. 몸이 반응하는 문제니까. 아무튼 신경이 예민해져 가사가 구절구절 새롭게 들렸다. 특히 이부분. 얼굴도 아니 뭣도 아니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이건 일반적인 표현은 아니다. 대개는 아름다운 사랑, 예쁜 사랑, 낭만적인 사랑 혹은 아픈 사랑 힘든 사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드러운 사랑이란 조합이 참 적합한 거 같다. 사랑과 부드러움. 송곳같이 뾰족하고 사포같이 까칠해서 닿기만 해도 상처주는 사랑도 있는데. 우유식빵처럼 부드러운 사랑이, 생의 어느 시점에는 필요한 거다.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려야할 때. 그 세월이 서러운 세월임을 알았을 때...

심지어 수봉언니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달라고, 커다란 어깨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말라고 부드럽게 명령한다. 예전엔 완전 구질구질 끈적끈적한 신파 가사에 코웃음쳤는데 지끈지끈 머리아프니까, 알겠다. 내가 병약했으면 아마 꽤 다른 사랑의 심연을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부럽다. 나는 누구한테 '커다란 어깨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노예적 발언인가 강자의 명령인가. 헷갈리네.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 할꺼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 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 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 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 밖엔 난 몰라

무심히 버려진 날 위해
울어 주던 단 한 사람

커다란 어깨 위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 말아요

이 날을 언제나 기다렸어요
서러운 세월 만큼 안아 주세요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사랑하다 헤어 지면 다시
보고싶고

당신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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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핀 술잔 / 함성호

[올드걸의시집]

마셔, 너 같은 년 처음 봐

이년아 치마 좀 내리고, 말끝마다

그렇지 않아요? 라는 말 좀 그만해

내가 왜 화대 내고 네년 시중을 들어야 하는지

나도 한시름 덜려고 와서는 이게 무슨 봉변이야

미친년

나도 생이 슬퍼서 우는 놈이야

니가 작분지 내가 작분지

술이나 쳐봐, 아까부터 자꾸 흐드러진 꽃잎만 술잔에 그득해

귀찮아 죽겠어, 입가에 묻은 꽃잎이나 털고 말해

꽃 다 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게

니는 니가 좀 따라 마셔

잔 비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말고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술이나 쳐

또 봄이잖니

- 함성호 시집 <너무 아름다운 병> , 문학과 지성사





지난 금요일 파티하쥐에서 인디밴드 네 팀이 출연했다. 홍대 두리반 주차장이 해방구가 됐다. 미니 락페의 열기. 오랜만에 잘 놀았다. '푼돈들' 사랑스럽다. 이름처럼 헐렁한 그룹이다. 기타 2. 베이스 1로 이뤄진 삼인조. 드럼도 없다. 사보 취재다니면서 만난 직장인 밴드 정도의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컨셉이 뚜렷하다. 자칭 '옛정서 발굴밴드'. 올드하다. 신파와 뽕끼가 좌르르 흐른다. 들기름처럼 느끼한데 엿가락처럼 착착 감긴다. 매력적이다. 그밤 이후, 계속 입에서 멜로디가 굴러다닌다. '고독을 느껴보았나 그대~ 그대~' 결코 녹지 않는 싸구려 눈깔사탕의 위력. 로맨스 조의 보컬은 뼈 마디마디를 눌러준단 말이지. 몇달 전 연구실에서 '공공미술' 토론회 할 때 왔던 분이다. 미술도 하고 음악도 한다. 낭만종결자. 그날 발표할 때 옆에 앉은 이. 문화컨텐츠 기획자랑 연신 귓속말해댔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진짜 멋있어요." 그러게 말이다. 상상력의 과잉상태와 고급한 똘끼와 부족함 모르는 가난이 탐난다.
  
파티 뒷설거지로 새벽 3시 다 돼어 귀가했으며, 잠깐 자고 일어나서 글쓰기 수업에 갔는데 2시에 시작해서 7시 40분에 끝났다. 같은 분량의 강의안, 비슷한 구성의 수업인데 왜 이리 러닝타임이 길어지는지 미스테리다. 5시간 40분. 최고 기록. 피로회복 차원에서 카페모카와 아메리카노 2잔을 연거푸 마시고 생수 1통을 들이마신 나는 수업 중간에 오줌보가 터지려고 해서 뛰쳐나갔다. 요란한 마지막 수업. 다음주 합평 MT만 남았다. 배고파서 온몸이 아팠다. 친구들 여덟 명과 밥앞에 주저앉았다. 벽마다 달력그림이 걸렸고 일년내내 성탄전구가 깜빡이고 7080노래가 줄창 흐르는 '울엄마' 누군가 '엄마손'으로 착각했던 이름도 구슬픈 밥집. 밥 다 먹고 해방촌부터 서울역까지 걸었다. 한 30분 코스. 가로등불빛 쏟아지는 밤길. 구불구불 보도블럭길. 미개발 둘레길. 글쓰기수업 끝나면 토요일에 심심할 거 같아요. 누군가의 말에 미리 외롭다. 노래했다. '외로움 떨쳐 버리고 웃자 웃자..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수봉언니 애달븐 음성이 회초리같다. 그래. 뭐. 술보다 독한 인생 무슨 걱정이더냐. 뽕짝 흐르는 밤. 늦봄 맑은 밤. 근데 제목이 왜 '젊은'태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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