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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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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사람의 나라 ‘기억할만한 지나침’이라는 기형도 시가 있습니다. 눈이 퍼붓는 날, 관공서 건물을 지나다가 춥고 큰 방에서 어느 서기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내용입니다. 읽고 나면 찡합니다. 우는 남자 때문이 아닙니다. ‘보는 사람’ 때문입니다. 다 자란 남자가 우는 일보다 더 놀라운 건, 우는 사람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다 큰 남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겐 그랬습니다. 유리창 너머 낯선 자의 눈물에 발목 잡힌 한 사내의 시선이 비명처럼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시는 마지막 행에서 ‘나는 그를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끝나는데, 건물 밖에서 펑펑 내리는 눈 맞고 눈사람이 되어버렸을 하얀 남자의 뒷등이 두고두고 아른거렸습니다.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해주었다는 의미에서 가장 정치적인 기형도의 시로 기억합니다. 그 ..
한금선 사진가 - "사진은 자기만의 도자기 굽는 것” 한진중공업 사태를 기록한 사진집 가 지난 8월 출간됐다. 사진집으로는 드물게 2쇄를 찍은 이 책은 한국의 내로라하는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이 참여했고 그 중심에 ‘한금선’이 있다. 그가 선후배와 동료 사진가 23명을 집으로 불러서 같이 사진을 보고 고르고 배치하고 찍어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열흘. 사진가들에게 전권을 부여받고 일사천리로 만들었다. 신뢰와 열정과 내공 돋는 그이기에, 자칭 “성격 지랄 맞은 애”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책을 100권이나 팔았다”며 눈을 다 감고 웃는 이 사람. 사진가-디렉터-판매왕에 빛나는 이 사람을 보라! 한금선은 난로다. 뜨겁다. 몸에서 주전자물 펄펄 끓는 소리가 난다. 다가가면 데일 것 같지만 30분만 지나면 뜨뜻해서 떠나기가 싫다. 그렇게 그가 찾아갔으나 그의 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