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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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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문희 청소노동자 " 내 나이 환갑에 드라마 한편 찍었죠" 홍익대학교 인문사회관 B동 3층, 복도 끝에 창고방이 있다. 책상 하나에 꽉 차는 네모난 공간이다. 먼지 낀 창틀사이로 뒷동산 나무가 짙푸른 가지를 드리운다. 청소노동자 노문희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짬이 나면 이곳을 찾는다. 2003년부터 사용한 ‘나만의 방’이다. 책상 위에 로션, 성경책, 노트, 필기도구 등 살림이 가지런하다. 바로 옆이 화장실. “쏴아~” 변기에 물 내리는 소리가 이어폰을 낀 듯 생생히 들리는 이 자리에서, 그는 다리를 쉬고 마음을 닦는다.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리거나 꾸벅꾸벅 졸거나 색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장을 편다. 예쁜 소녀가 그려진 스프링 노트. 어느 학생이 버린 걸 주워서 만든 일기장이다. 홍익대에서 일하면서부터 쓴 일기가 2011년 ..
<노동을 거부하라> 노동은 도난당한 삶의 시간이다 지난해 6월 시작돼 500일 넘게 이어져 온 이랜드 사태가 드디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한 이랜드그룹의 계산 업무 외주화와 대량 해고에 맞서 지난해 6월 30일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한 지 17개월여 만이다. 노사양측은 노조 및 간부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철회 및 징계 해고자의 일부 복직, 비정규직 고용 안정 등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사태에서 보듯이 오늘날 노동운동은 ‘노동을 위한 투쟁운동’이다. 누구나 오늘날 노동의 구조적 위기에 대해 말하고 고용안정을 지상과제로 삼는다. 일자리를 약속하지 않는 정치가란 없다. 노동자들도 일하지 않은 자여 먹지도 말라고 외친다. 그런데 이와 상반되는 주장을 펴는 책이 있다. 독일의 좌파그룹 크리시스가 쓴 는 ‘노동’ 자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