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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한살이 주말에 옷정리를 했다. 집이 좁은 관계로 일년에 두번 치러야하는 일. 서랍장에 있던 동절기 옷을 꺼내서 수납합에 넣어 장롱 위에 올려놓았다. 나풀나풀한 봄옷과 컬러풀한 여름옷이 대방출됐다. 옷가지를 챙기면서 '입지도 않을 쓸데 없는 옷, 앞으로도 입을 일 없는 옷들'에 눈길이 갔다. 확 버리고 싶은데 본전생각 땜에 이고지고 산다. 3년째 보관중인 새원피스를 입어보았다. 흐린 분홍과 연보랏빛이 감도는 미니멀하고 여성스런 스타일인데 몇번 입고 현관을 나가다가 되돌아오곤 했다. 어색하고 오글거려서 집밖으로 한 걸음도 나갈수가 없었다. 왜 샀느냐하면 '변신욕망' 때문인데 그 때 뿐, 문턱을 넘지 못한다. 한번 입어나 보자 싶어서 원피스를 무슨 푸대자루마냥 뒤집어 쓰고 거울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데 그런 나를..
여덟살인생 - 딸의 명언노트 “엄마 나도 이제 슬슬 명언노트를 써야겠어!” 어느 날 딸이 인형놀이를 하다가 툭 던지듯 말한다. 느닷없이 웬 명언노트인가 싶어 의아했는데 곧 상황을 파악했다. 한달 전인가 내가 아들에게 '너도 이제부터 책 읽다가 좋은 구절을 모아 명언노트를 써보라'고 말한 걸 옆에서 귀담아 두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난 것이다. 딸은 둘째아이 특유의 '시샘과 모방'이 생존의 동력이다. 내가 아들한테 '학교에서 오면 수저통 좀 꺼내놓으라'고 말하면 딸은 그 다음날부터 현관에서 신발 벗자마자 수저통부터 싱크대에 올려놓는 식이다. 다 좋다. 명언노트 결심 또한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딸이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놀 때는 주로 인형놀이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놀이터에 나간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야 책에 손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