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양이

(2)
고양이 키우기에서 고양이 되기로 수레 집에 혼자 있겠구나. 밖에서 전화하면 딸아이는 정정한다. 아니, 무지랑 둘이 있어. 아, 그렇지 무지가 있었지. 자꾸 까먹는다. 무지는 우리집 고양이다. 사람이 아닌 고양이라서 나는 아이 혼자 있다고 여기고, 고양이를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여기는 딸아이는 둘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기가 이토록 어렵다. 3년 전, 딸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한 장 보냈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품고 있는 장면이 ‘명화’ 같았다. 친구의 지인 새끼 고양이들인데 다 입양이 결정됐고 한 마리만 남았다며 우리가 키우자고 했다. 말로 졸랐으면 단박에 거절했을 텐데 사진을 보곤 홀렸다. 나는 고양이 입양 불가 의견을 빈대떡 뒤집듯 뒤집었다. “그럼 데려오든가.” 흰색·밤색·검은색 털이 멋스러운 ..
고양이 장례식 “엄마, 오늘 하리 죽은 지 24일째야.” 딸아이가 무심히 말했다. 하리는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다. 아니다. 키웠다고 말하기엔 해준 게 없다. 심지어 나는 얼굴도 몇 번 못 보았고 쓰다듬어 보지도 못했으니까. 나는 그간 애완동물을 키우자는 아이들의 집요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키우는 건 너네로 족하다’고 공언했다. 집에 화초 한 포기 갖다 놓고 물주는 일도 내키질 않았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 우주를 떠받드는 일과 다르지 않았기에 개나 고양이 털 한 올이라도 더해진다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들의 친구가 기르던 고양이가 왔다. “생후 10개월 밖에 안 됐는데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고양이가 딱하다”는 말에 나도 맘이 흔들렸다. 아들은 용돈을 아껴 사료비를 대고 대소변을 치우는 등 정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