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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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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사회적이다 지난주 일요일에 파리에서 공부하는 후배를 만났다. 방학이라 잠시 들른 건데 2년 전에 나왔을 때보다 몸이 더 실해졌다. 유학 전에는 보통 체격이었는데 4년 사이에 10kg 이상이 늘어난 것. 의대생이라 공부가 힘들고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데다가 집에 오면 10시 반인데 동거남이 요리를 너무 잘해서 항상 한상 가득 저녁을 차려 놓는다고 그거 먹고 이렇게 됐다고 했다. 그럼서 서울 여성들이 너무 날씬하다고, “다 모델이야 모델~” 이라면서 심지어 나에게도 “언니는 파리 오면 영양실조 걸린 사람이에요!”라고 한다. (몸무게 55킬로그램에 허리 27사이즈 입는 영양실조도 있나-_-;) 암튼 파리에서 자기는 아주 평범한데 여기 오니까 너무 자기만 튄다고 멋쩍어한다. 사실 그녀는 누가봐도 애 둘 낳은 구세대 엄마 실..
<앙띠오이디푸스> 욕망과 자유 욕망과 자유. 이 두 가지 단어를 풀어내면 인생사 만사형통일 것 같다. 나의 욕망의 도주선을 타고가며 자유를 누리는 삶이란 얼마나 달콤한가. 그런데 욕망을 생산해내기도 쉽지 않거니와 자유로 가는 길도 멀게만 느껴진다. 철학자들도 욕망이라는 인간의 본질과 자유라는 인식의 경지를 화두로 깨달음을 얻고자 평생 몸부림을 친 것으로 보인다. 자유와 욕망. 가장 진부한 이것들을 가장 급진적으로 해석해낸 사람들이 바로 당대를 주름잡은 철학자가 아닐까. 프로이트는 욕망과 자유의 양립불가능성을 주장했다. ‘무의식’과 ‘그것(Es)’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이 욕망에 대해서 얼마나 수동적이고 자유롭지 못한지 증명한다. 개체를 보존하고 성관계를 통해 생식하며 결국 죽음을 향하는 유기체의 본능으로 그것의 욕망을 이해했다. 인간..
<문명속의 불만> 프로이트의 문명론 프로이트의 문명론은 흥미로운 주제였다. 무려 세 가지나. 금기의 내면화. 사회적 생산관계에 따른 욕망. 국가와 전쟁의 차이말살 동일화 기능까지. 수시로 자신을 피고인석에 앉혀놓고 심판하는 일을 즐기는 행위는 선천적 질병이다. 모두 같아질 것을 원하는 동질화의 사회를 '국가에 대항하는 성숙한 원시사회'로 되돌릴 방법은 무엇인가. 끝모를 부유함으로 최대의 가난을 경험하는 현대인들을 누가 이렇게 바보로 만들었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은 ‘집단(합)심리학’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은 개인심리학일까? 그렇게 보인다. 프로이트는 집단의 다수성이 갖는 질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집단심리는 개인심리의 양적 확장에 불과하고, 사회적 본능은 개인본능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집단을 집합으로’ 이해하는 구조주의-..
<늑대인간> 세상을 바꾸는 힘 '동물-되기' '여자-되기' 프로이트에 따르면 정상인은 신경증, 분열증, 편집증을 조금씩 가진 사람이다. 내면을 억압하고 외부의 인식세계에 경도됐던 '객관적이고 필연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맑스주의자들은 편집증자였다. 혁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분열증의 속성을 엿볼 수 있다. 이를 한 단계 넘어서 밀고나갔을 때는 엄청난 변혁 에너지가 된다. 저마다 내면에 깃든 '무리본능' 에너지를 일깨워서 '동물-되기'로 승화시키기. 양자택일이 아니라 포함적 이접관계로 무수한 생성을 창조하기. 되기를 시도하자. 고양이가 되자. 쥐박이 없는 세상을 낳는 위대한 '여자-되기'를 권한다. 프로이트의 은 지독히 난해했다. 슈레버 박사의 사례도 어렵다. 신경증과 분열증의 사례분석을 '되기'의 생성에너지로 엮어내니 조금 소화가 되는 기분이다.-.- 왜 ..
<꼬마한스와 도라> 외디푸스콤플렉스, 가족관계에서 싹튼 질병 원하지 않아도 살다보면 어느 길가에선가 돌부리처럼 걸리는 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훌쩍 커버린 한 인간의 문제점을 유아기의 성적 경험으로 집요하게 환원시키는 프로이트의 논리에 막연한 반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성적인 것을 불경스러워하도록 배운 제도교육 영향은 아닐 거다. 혹시 무의식적인 의식화를 감안하더라도 ‘허리하학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논리자체가 ‘남근주의’ 혹은 ‘가부장제’에 대한 승인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내가 항상 프로이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성문제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도 많거든?” ‘쥐인간’ ‘도라’ ‘여자동성애가 되는 심리’를 읽고 난 후,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박정수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프로이트는 왜 매사 성적인 걸로만 보느냐’는 불만에 찬 푸념은,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 꿈, 나에게로 이르는 통로 니체는 멋진 말을 많이 했다. 그 중에 “인간들에게 삶에 대한 생각이 수백 배 더 생각할 가치가 있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다.”는 말을 떠올린다. 니체는 미치도록 삶의 고양에 대해 골몰했다. 인간이란 존재가 상처를 덜 받고 씩씩하게 자기 길을 가도록 학문적 노력을 기울인 인정 많은 사람이다. 사실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지만 마음이 하는 일에는 이유가 없을 때가 더 많다. 삼십년 수행을 해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게 인간이다. 갈수록 인간을 모르겠고, 살수록 삶이 어려워지는 난감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책장을 뒤적인다. ‘인간극복’에 관한 테제라면 어떤 텍스트라도 마음이 달려간다. 니체의 이야기를 생명수라도 된 양 홀짝거리다가 프로이트를 만났다. 니체가 인간이란 신체를 구성하는 외부의 공기,..
<정신분석의 탄생>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심리학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이란 새 학문분야를 개척한 인물입니다. 프로이트 이전에는 아무도 무의식의 세계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당대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사상의 지형도를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맑스, 니체와 더불어 20세기 유럽사상사의 핵심 3인방으로 꼽힙니다. 프로이트는 신경생리학자 분야의 의학자였는데 의사라는 직업을 별로 안 좋아한 의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플리스라는 ‘의사친구’는 좋아했습니다. 편지를 주고받는 등 동성애 감정을 느낄 정도로 절친했던 그 친구로부터 양성충동, 구강성욕 등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1895년 9월, 프로이트는 플리스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과학적 심리학’의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과학적 심리학 ‘초고’를 작성합니다. 프로이트 이전에 ‘심리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