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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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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직업을 말한다는 것 지난주 실검 1위에 임희정 아나운서 이름이 올랐다. 설마?하고 봤더니 맞다. 우리 학인이었다. 일년반 전 글쓰기 수업에 찾아왔고 10주간 글을 썼다. 초반엔 글쓰기 처음 배우는 이들이 흔히 그렇듯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이 많았다. 피트백을 해주면 꼭 고쳤다. (글고치는 학인은 드물다) 경험상, 성실하게 글을 쓰는 학인은 꼭 풀어야할 풀고싶은 자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임희정 학인은 그것이 아버지 얘기였다. 글쓰기 수업 중반 즈음 아버지가 등장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도 못 나왔고 지금껏 막노동을 하고 계시다고. 그게 부끄러워서 방송국 다닐 때 아버지를 '건설회사 대표'라고 속였다는 고백도 했다. 왜 아버지를 부끄러워해야 했을까. 나는 질문을 던졌고 그는 질문을 받아 글을 썼다. 지금도 지하철 첫차를 ..
로마에서 엄마를 보다 영화 의 주인공은 연애를 하다가 아기를 갖는다. 임신 사실을 극장에서 연인에게 말한다. 스크린을 등지고 여자의 몸을 탐닉하던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한다. 영화도 안 끝났는데 어딜 가냐고 여자가 묻자, 금방 올 거라며 뭐 사다 줄까? 묻기까지 하더니만 결국 오지 않는다. 남자는 종적을 감춘다. 이후 남자의 행동은 예상대로라서 슬프고, 예상치 못한 대목에선 참담하다. 주인공의 성정은 외유내강하다. 유명한 회화 속 ‘우유 따르는 여인’처럼 매일매일의 노동을 묵묵히, 만삭이 되도록 수행한다. 영화 끝무렵 딱 한번 감정의 수문을 연다. “아기를 낳고 싶지 않았다”며 목 놓아 운다. 나도 따라 울었다. 남자를 비난했고 여자를 연민했다. 여자의 엄살 없는 살아냄을 존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