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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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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지 않으면 그 이유를 모르시겠어요? 민지(가명)는 수업 시간에 자주 엎드렸다. 의견을 물어도 묵묵부답.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하지 않으니 나도 더는 말을 시키지 않았다. 물 잔처럼 놓여있던 민지는 할 말이 생각나면 남의 말을 끊고 불쑥 끼어들었다. 주장도 의견도 아닌 그 파편적인 말들을 나는 팔뚝에 튄 물방울 닦듯 무심히 대꾸하거나 못 들은 척 넘겼다. 한 번은 민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쌤은 할 말 없을 땐 말 시키고 말하고 싶을 땐 안 시켜요.” 고루 발언 기회가 돌아가는 ‘말의 평등’을 우선시했던 나는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민지는 ‘어른들’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했다. 아는 얘기가 나와도 끼어들 순간을 못 찾겠다고, 다른 사람 말이 끝나고 말하려면 안 끝나고, 끝나면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는 거..
세바시 은유 - 무관심은 어떻게 혐오와 푹력이 되는가 저는 글 쓰는 일을 하면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은유라고 합니다. 글쓰기를 가르치지만 강사라고 하기엔 역할에 한계가 있습니다.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줘도 상대방이 안 쓰면 그만이니까요. 방법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 글을 쓰게 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마감, 둘째 독자, 셋째 원고료. 이 중 하나만 있어도 글을 씁니다. 저는 독자 역할을 합니다. 써온 글을 열심히 읽고 의견을 말해줍니다. 1. 나의 편견과 무관심 – 게으르니까 뚱뚱하다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 경험을 글로 써왔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더니 살이 쪘다”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물어봤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힘들어서 살이 빠지지 않아요?”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어요. 식사 시간이 넉넉지 않아 음식을 빨리 먹고,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