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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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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지하에서 추석이 끝나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 대학원 논문 쓰는 이들도 만나고, 지역잡지 만드는 이들도 만나고, 투쟁하는 이들도 만났다. 대부분 콘크리트 건물 실내 공간인 강의실에서 진행하는데 최근에 두 번의 색다른 만남이 펼쳐졌다. 이라는 지역잡지 만드는 이들과 강연에선 경리단길 골목 안쪽 건물 테라스에서 야외 수업을 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하고 안온한 초가을밤. 젊은 청년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니 호사를 누린 것 같다. 또 하나는 지하통로에서 강연했다. 광화문역에서 4년 째 이어지는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 농성장이 있는 곳이다. 시간이 6시. 근처 빌딩숲의 직장인이 서서히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우뢰소리처럼 들렸다 사라졌다 하고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고 간다. 나는 글..
10년 만의 선물 예전 동료와 연락이 닿았다. 나의 신간 '쓰기의 말들'이 인터넷 서점에 나온 것을 보고는 그가 연락을 한 것이다. "새 책 나왔네? 여전히 부지런해!" 밀린 수다가 오갔고 대화는 급물살을 타며 언제 밥 한 번 먹자가 아니라 다음주에 당장 날잡자로 이야기 됐고 그날이 왔다. 문자 안부가 아닌 실물 상봉은 거의 4-5년 만이다. 그간 그는 두 명의 아이를 출산해 일과 육아를 병행했고, 난 살림과 집필을 수행했다. 우린 너무 바빴다. 그는 규모가 있는 편집회사 사보기획자, 나는 늦깍이 프리랜서 작가였다. 요즘 말로 따지면 그는 을 나는 병이다. 둘이 일 궁합이 좋았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거의 모든 사보를 나에게 맡겨야 안심했고 그 모든 일을 나는 마다 않고 완수했다. 갑이 요청하는 급작스러운 일들, 그러니..
북DB 문장수집가 은유 - 좋은 글은 검열하지 않는 용기에서 나온다 인터파크 웹진 북DB 인터뷰 기사가 나왔네요. 객원기자 정윤영씨가 르포에 관심 많고 작업하는 분이셨고, 심지어 니체를 좋아해서 나중에 아기 낳으면 이름을 '은유'라고 지으려고 했다고 하셔서 놀람. 이것은 인연 오브 더 인연. 글 쓰는 사람, 저자 ‘은유’의 가방에는 노트 한 권이 들어 있다. 버스에서, 거리에서, 책에서 삶의 말들을 찾을 때마다 고스란히 노트에 담아놓는다. 노트는 진부함에 저항하는 법을 일러주는 글, 자기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의 말, 고통 속에서 각자의 존엄을 지켜내는 삶으로 가득하다.​ 은유는 고통 탐험가이고, 문장 수집가이며, 보석 세공사이다. 어딘가 묻혀 잘 보이지도 않는 볼품없는 돌멩이를 찾아내 조심스럽게 다듬고 가꾸면, 조금씩 자기 빛을 내기 시작한다. 고통뿐인 삶이 아름다워지는..
10월 <쓰기의 말들> 관련 강연 일정 왜 이렇게 됐을까요. 10월에 강연이 많이 잡혔습니다. 9월에 하려던 게 연기되고, 작년에 약속해 놓고, 출간 기념 예정된 거였고 뭐 어리버리 하게 넋 놓고 있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일단 알려드려요. 10/2서울와우북페스티벌 (홍대 앞 DPPA)http://onoffmix.com/event/76814 10/5, 10/7 비파크스쿨 (불광동 사회적경제센터) http://onoffmix.com/event/77719 10/10 교보문고*빨간책방 '365 인생학교' (합정동 빨간책방) http://www.kyobobook.co.kr/event/eventViewByPid.laf?eventPid=31430&classGb=KOR&PRE=Y 10/24 북바이북 (상암동 북바이북) http://www.bookbybook..
차고지 옆 책방 - 강아지똥서원 초여름에 강연 의뢰가 왔는데 부산이라 (멀어서) 망설이다가 책방이름이 '강아지똥'이라 마음이 동해서 응했다. 9월 2일, 약속한 날이 되어 갔더니 책방이 차고지 옆건물이다. 차고지는 대개 그 지역 변두리에 있다. 차고지 옆에 책방이 있다는 건 책방이 변두리에 있다는 뜻이다. 책방 주인장님이"임대료가 비싸서 단지로 가는 건 책 팔아선 엄두도 못내요." 하신다. 동네책방이 유행하기 전부터 여기에 뿌리내린 강아지똥서원. 10년 전 어린이책방으로 시작했으나 경영 악화로 일반책도 갖다놓고 어른 아이들 독서모임도 운영한다고, 책을 정가로 팔고 10%씩 적립해 저자 강연을 마련하는데 워낙 외지고 강연료가 적어 섭외가 쉽지 않다고했다. '강아지똥 정신'으로 찾아간 곳. 부산 북구 화명동 끄트머리 차고지 옆 책방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