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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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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의 글쓰기 5기 수업 합니다 지식협동조합 가장자리에서 하는 수업, 벌써 5기네요. 이번에는 토요일 수업만 있습니다. 3월 5일 개강합니다. ^^
방학 없는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대입시를 위한 방편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기를 이해하는 수단, 타인과 관계를 잘 맺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글쓰기를 저희 아이들에게 (…)” 연초에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에게서 메일이 왔다. 교내 책 쓰기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요청이다. 아이들을 위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행간에 가득했다. 날짜를 택일했다. 강연 때 프로젝터 같은 영상 기기를 쓰는지 묻기에 강의안을 메일로 보내주며 종이 인쇄를 부탁했다. 파워포인트로 꾸민 자료를 커다란 화면에 띄워놓고 몇 가지 키워드와 이미지로 설명하는 게, 예능프로그램 자막처럼 화면에 공히 ‘느껴야 할 것’을 제시하는 게 나는 영 어색하다. 인문학 정신에 위배된다고 여긴다. 타인과 관계 맺는 방편으로써의 글쓰기 공부니까 더욱이 아이들과 얼굴 보..
아들에게 효행 강요하는 엄마 "엄마 생일에 미역국 끓여줘"며칠 전부터 아들에게 졸랐습니다. 스무살 넘었으니까 왠지 네가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지요. 아들은 (미리미리 준비 해놓을 것이지) 아침 9시 반에 눈꼽 떼고 나가서 소고기 한근 사와 싱크대에 아이패드 올려놓고 요리법 봐가며 따라하더니 한 시간 만에 한냄비 끓였습니다. 미역국 완성과 함께 분첩 선물까지.고소하고 짭조름한 까만 냄새가 훅 끼쳐오는 미역국, 첫술을 뜨는데 뭔가 엄마가 아들 낳고 산후조리 할 때 끓여주던 미역국이 겹쳤습니다. 엄마가 낳은 내가 커서 아들을 낳고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 먹고 키운 아이가 자라서 손수 끓여준 미역국을 먹으면서 엄마를 떠올린 겁니다. 눈물의 미역국의 순환.효행 강요하는 엄마의 변. 아들이 자기가 평소 누리는 것들, 끼니 때면 나오는 밥, ..
아이들에게 잘 권리를 새해 들어 고등학교만 두 군데 특강을 갔다. 강화와 대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글쓰기에 관심을 둔 아이들 이삼십명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어른들 특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아이들이 워낙 공부에 시달리니까 나마저 힘들고 지루하게 할까봐 전전긍긍 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 몇 명이 엎드렸다. "여러분 졸려요? 잠이 부족한가보네.." "네. 졸려요." 선생님에게 여쭈니 아침에 8시에 학교에 와서 밤 9시에 간단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고등학생이면 한참 먹고 잘 나이인데. 우리집 애들은 잠이 워낙 많았고, 난 야간자율학습 시키지 않아서 이 고생을 몰랐다. 애들이 수업시간에도 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그러지? 상상이 안 갔는데 쉬는시간에 자는 걸 봐도 가슴이 철렁하다. 난 ..
[강좌안내] 메타포라 2016년 상반기 - 기억, 사람, 기록 * 이 강좌는 긴 호흡의 공부를 위해 제가 장소를 대여해 기획-진행하는 장기 프로그램입니다. 2015년 하반기 '여성, 몸, 언어'를 주제로 수업을 마쳤고 다시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기록에 관심 있는 분들 같이 공부해요. ^^ 기억, 사람, 기록 - 삶을 기억하고 시대를 기록하다 산다는 것은 밀려오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수락의 여정이다. 때로 어떤 일은 삶보다 커서 존재를 덮어버리곤 하는데 그럴 때 사람들은 말을 하고(기억하고) 글을 쓴다(기록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짓누르는 일이 내가 다룰만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참혹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인류 역사에서 빛나는 기록이 남겨진 이유일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자기 존엄을 지켰다. 재난의 일상화 시대는 우리에게 삶을 기억하고 현장을 증언하는 글쓰기..
바닷마을 다이어리 - 죽음과 죽음 사이에 밥이 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 장례식으로 시작해서 (이웃 아줌마) 장례식으로 끝나는 수미쌍괄식 구성이다. 검은 상복의 여인 네 명이 주인공. 15년 전 집을 나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통해 만나게 된 이복 여동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다. 바닷가 마을과 집이 주무대인데 잔멸치 덮밥, 카레 등 식사 장면이 많이 나와 군침을 돌게 하니 이 작품을 ‘먹방 영화’로 추천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내게는 ‘죽음과 죽음 사이에 밥이 있다’는 것을 환기하는 가족 영화로 다가왔다. 이 영화는 없음으로 채워진다. 다른 가족에겐 있는 것이 이들에겐 없다. 우선 완전한 악인이 없다. 아빠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중심의 이성애 가족의 기본 프레임을 따르나, 부양의무를 진 아빠와 남편 뒷바라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