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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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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예스24 직원이 뽑은 '올해의 저자' 누군가에게 내가 '올해의 저자'라는 사실이 낯설고 멋쩍다. 근데 쫌 자랑하고 싶다. 야단스럽지 않게. 국내 내로라 하는 저자는 다 만나고 다니는 분이 나를 택해주다니 으쓱한 거다. 이상한 얘기지만, 무명 작가인 내 책을 '굳이' 읽는 독자들에 대한 신뢰가 나는 있다. 드물게 '발굴 독서'를 하는 분들이니까. 새해에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송구영신의 밤.---------------------------------------------------------------------------------------------------------------------------------------- 우리는 ‘책’을 통해 글자를 읽지만, 동시에 저자를 읽는다. 사람이 없으면 글자도 없고 문장도 없고 책..
자신이 한 일을 모르는 사람들 ‘신생아 쓰레기통’. 인터넷 포털 화면에 검색어를 넣었다. 며칠 전 지나가듯 본, 신생아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 사건의 기사를 찾기 위해서다. 스크롤을 내리니 수십 개의 단신이 뜬다. ‘강릉 음식물 쓰레기통서 신생아 발견…‘인면수심' 부모는 누구?’ 가장 자극적인 제목이다. 인면수심의 ‘부’는 정체불명. ‘모’에 관한 정보를 취합하니 이렇다. 오후 6시40분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집 화장실에서 애를 낳았다. 아기를 낳고 나니 키우기가 곤란하고 겁이 나 수건에 감싼 후 비닐봉지에 넣어 택시를 타고 10km 떨어진 곳의 음식점 쓰레기통에 넣었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임신 사실을 알았다. 이를 숨겨오다 혼자 출산한 뒤 미혼모로 살게 될 것을 우려해 범행했다.내 식대로 정리하면, 그녀는 배 위로 트럭..
슬픔이 슬픔을 구원한다 오후에 문자가 왔다. 나와 글쓰기를 공부한 학인의 신춘문예 당선소식. 내 생각이 났다고 너무 좋아 구르고 달리고 싶다며 흥분했다. 나도 가슴이 쿵쾅쿵쾅. 헌데 '소위' 순문학 창작을 알지 못하는 나는 그의 등단에 기여도가 있을 수 없다. 물었다. 왜 나한테 고마운 건지 물어봐도 돼? 그랬더니 내가 글쓰기의 물꼬를 터주었단다. 영문도 모르고 기쁘다. 물꼬터. 직분도 예쁘고.슬픔이 많은 친구였다. 금방이라도 울듯한 눈망울이 늘 위태로웠다. 보다 못해 천변 카페에서 만나 눈물 찍어바르며 본격적으로 나눈 이야기들. 버스 기다리며 정류장에서 두서없이 나눈 말들. 새삼 기억의 수면위로 떠오른다. 그 눈물로 세상을 적시고 투명한 말들을 실어나르길. 슬픔 많은 세상에서 슬픔 많은 존재로 살아가길. 나는 아까 모처럼 필..
손맛으로도 먹고삽니다 '먹다'와 '살다'의 가치를 지키는 것 먹다와 살다. 평생 안고 가는 화두다.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며 긴 한숨의 꼬리를 물고 자기 생을 회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의 말대로 우리는 평범하게 (먹고) 살기 위해 죽을만큼 노력해야 하는 이상한 시대에 산다. 그래서 이 책의 기획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대박 신화’가 아닌 ‘먹고 살기’로 접근한 음식점 창업 성공기. 그 주인공들을 직접 만났을 때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첫째는 정성스런 음식을 먹고 자랐다. 할머니나 엄마가 손맛이 좋아서 잘 먹었거나, 외부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잘 먹었거나. 오랜 세월 손맛이 몸에 쌓여 자기의 ‘손맛’이 되고 장사의 ‘밑천’이 된 것이다. 둘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에서 아이템을 발굴했다.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