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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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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안 낳아봐서 그렇다는 말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고 유가족이 동의할 만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원성과 비난이 높았다. “대통령이 애를 안 낳아봐서 그렇다”는 말까지 돌았다. 기사에 달린 댓글로만 보다가 나는 얼마 전에 직접 듣게 되었다. 하필 ‘애를 안 낳아본 친구’가 있는 자리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다른 여성이 대뜸 말했다. 박근혜가 엄마가 되어 보지 못해 생때 같은 아이들의 죽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래서 세월호 문제가 미궁에 빠졌다는 것이다. 나는 조마조마했지만 모두가 무안해질까봐 어물쩡 넘어갔다. 다시 생각해도 참 무심한 논리다. 한 사람의 지적·정서적 무능이 출산 경험의 부재에서 왔다는 발상. 다산할수록 성불한다는 말인지 뭔지 모르겠다. 그건 애 낳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집단적 모독이고..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 2학년 7반 소년들이야기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 2학년 7반 소년들 이야기' 공연을 어제 홍대 롤링홀에 보러 갔다. 33명 아이들 중에 한명만 살아온 그 반. 이지혜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라 순직 처리에 난항을 겪는 그 반 아이들을, 클럽 공연과 함께 기억하는 새로운 형식의 추모자리. 슬프게 울다가 신나게 놀다가, 기대 이상이었다. 인디밴드 다섯 팀 중 (내 기준으로) 발군의 실력을 선 보인 밴드 스팟라이트. 베이스랑 리드기타, 세컨기타가 동시에 터져나올 때 그냥 기타 소리에 묻혀서 죽고 싶을 만큼 황홀했다. 이게 얼마만인가. 요즘 아들이 '밥상머리'에서 아이패드로 공연실황 보면서 밥 먹는데 아침마다 콜드플레이 뽐뿌질. 공연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그런대로 원 풀었다.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공연이 올해 12월까지 롤링홀에서 ..
감응의 글쓰기 3기 모집합니다
감응의 글쓰기 2기 마지막 수업 리뷰 “우리는 아주 작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는데 얼굴과 얼굴로 오래오래 가만히 마주 보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의 일이었다고 그러니까 얼굴은 마주 보는 것 마음은 서로 나누는 것 사람은 우는 것 사랑은 하는 것“ - 이제니 ‘얼굴은 보는 것’ 중 마지막 리뷰. 길게 이야기하면 구질구질한 '신파'될 것 같아서 시로 대신합니다.한마디 뭔가 근사하게 남기고 싶네요. ㅎㅎ "얼굴은 보는 것, 글은 쓰는 것" 셔벳님. 구두수선 아저씨 인터뷰. 아저씨랑 짧고 기분 좋은 수다를 나눈 기분이네요.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좋겠어요. 앞으로 오며가며 질문 하나마다 이야기 나누어보세요. 위암 걸렸을 때를 중심으로 ‘상실 이후’에 대하여 물어도 좋겠고, 고객들이랑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삶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라디오 _요조 글쓰기의 최전선 "시집은 나의 변화를 알려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때는 도저히 감각의 주파수가 안 맞던 시가 계절이 바뀌고 나면 읽힐 때가 있다. 그사이 나는 살았고 뭐라도 겪었고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이 시집은 내게 너무 어려워" 혹은 "이 책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제쳐두는 것은 자신을 고정된 사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절대로 변하지 않고 화석처럼 살겠다는 이상한 다짐이다. 그해 여름에 나를 밀어내던 시가 이듬해 겨울에 조금씩 스며들고 문장들이 마음에 감겨오면 그 기쁨은 무척 크다." (글쓰기의 최전선 97쪽) .요조가 스마트폰 어플 '비트' 라디오에서 을 낭독했다. 위의 부분을 읽어주면서 자기도 음악을 들을 때 '내 스타일 아닌데 나중에 좋아지기도 했다'며 공감한다. 독서 취향은 탈독서취향을 통..
사람은 어떻게 자기자신이 되는가 - 니체 ‘그는 성인이라기보다는 방치된 어린아이 같았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경우가 아주 흔한 것은 책임질 일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장을 만나는 재미에 빠져 조지오웰을 읽는다. 빼어난 미문이라기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예리한 관찰, 정확한 분석에 놀라곤 한다. 옆에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왜 언제부터 어떻게 이런 게 보이는 기술자가 되었느냐고.조지오웰의 5년을 생각한다. 그는 젊어서 인도제국경찰에서 일했다. 제국주의의 압잡이 노릇을 했다는 가책에 괴로워하며 스스로 벌을 내린다. 파리와 런던에서 5년 동안 접시닦이, 노숙인을 자처한다. 이 시기의 체험을 이란 책으로 펴내며 ‘작가’로 주목받는다. 조지오웰이라는 필명도 이때부터 사용했다는데, 본문에서 불지옥이 따로 없다고..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닙니까? "당신은 부인을 여자라서 만났습니까? 나는 남자를 사랑한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였을 뿐입니다.” 지난 세기의 일이다. 1999년 KBS TV에서 이라는 단막극이 방영됐다.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룬 파격적인 소재였고 나는 좋아하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서 ‘본방’을 사수했다. 저 대사가 화살처럼 가슴에 꽂혔다. 단 한 줄로 사랑의 섭리를 깨우친 거 같았다. 또 신기했다. 누군가 내 연애에 ‘태클’을 걸었을 때 나는 저렇게 근사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새천년 이후 스크린 안팎에서 동성 간 사랑을 자연스레 접했다. 남자사람 친구가 동성애자였다. 애인의 생일이라며 남성복 코너에서 셔츠를 살 때 외에는 일상에서 그의 성정체성을 자각할 일은 별로 없었다. 같은 ‘게이영화’나 같은 ‘레즈비언 영화’는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