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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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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 글쓰기의 최전선 저자 인터뷰 지난주 시사인 '금주의 저자' 코너에 소개되었다. 저자로. 인터뷰 시작 전 기자가, 요즘 글쓰기책이 하도 많이 나오니까 그러려니 하고 읽었는데 계속 읽게 되었다는 뜻의 말을 했다. 그게 기분이 좋았다. 누가 내 책을 집어들었는데 계속 같이 정서의 결을 맞추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수업에 참여했던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이 사진을 보내주었다. 난 트위터를 하지 않아서 모를 뻔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황현산 선생님이 좋다고 해주시니, 어디 신문에 대서특필 난 것보다 만배쯤 더 좋으다. 나같은 무명 작가의 책을 꼼꼼히 읽어주시다니, 그리고 140자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표현해주시다니. 여러가지 감동에 마음이 울컥.
말실수가 아니라 말의 퇴행이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열린 장애인 권리 증진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종로경찰서 모 경비과장의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모 경비과장은 집회 참가자들을 막고 있던 의무경찰들에게 “여러분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장애인들은 안전한 위치로 이동시켜 달라”고 말했다. 모 경비과장은 또한 “오늘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장애인의 날”이라고 발언해 참가자들의 공분을 샀다. 나는 기사를 보자마자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에 간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가 밤늦도록 이어지자 경찰 측이 유가족들과 시민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면서 밤이 늦었으니 어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슴 철렁했다. 어떤 사람들에게 가족의 품은 폐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글쓰기의 최전선 어쩌자고,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운데 뻔뻔하게 일을 저질렀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글쓰기 수업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세상에 내놓습니다. 언제 이 세상을 떠나도 여한이 없도록, 가진 것은 좋은 것일수록 얼른 내려놓고 매듭 하나씩 묶으며 살자는 마음에 따랐습니다. 황제펭귄 책이랑 도시기획자들은 제가 인터뷰어로서 작업한 것이고, 올드걸의 시집은 블로그에 쓴 글을 모아서 냈고, 실제적으로 출간을 염두에 두고 집필에 몰두한 것으로는 첫 책입니다. 그래서 더 민망합니다. 제 부족함은 같이 공부한 학인들의 말들과 숨결로 메웠습니다. 황송하게도 홍세화선생님이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온갖 좋은 말은 다 넣은 나의 책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해봅니다. 목차 나는 왜 쓰는가 들어가며 :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지난해 봄 글쓰기 공부를 하는 벗들과 남산에 올랐다. 열댓 명이 줄지어 20여 분 걸었을까. 벚꽃으로 점점이 수놓인 작은 연못 옆 너른 평상을 발견하여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든 것은 우리들이 일제히 두 손에 시집을 펼치고 나서다. 제목은 서정주의 『화사집(花蛇集)』. 시인의 첫 시집이자 가장 뛰어난 시집으로 꼽힌다. 돌아가면서 마음에 드는 시를 한편씩 낭송했다. 이 순간과 맞춤하다며 누군가 「봄」을 골랐다. ‘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 도라…… 아무 병病도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 「봄」전문) 짧은 시다. 한자 한자 더듬듯 읽어 가는데 왜 그리 살갗이 간지러운가. 어쩌자..
쉬임없이 그짓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어느해 봄이던가, 머언 옛날입니다.나는 어느 친척의 부인을 모시고 성 안 동백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부인은 그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부분이 어딘가를아시기나 하는듯이 앉어계시고, 나는 풀밭위에 흥근한 낙화가 안씨러워 줏어모아서는부인의 펼쳐든 치마폭에 갖다놓았습니다.쉬임없이 그짓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그뒤 나는 연연히 서정시를 썼습니다만 그것은 모두가 그때 그 꽃들을 주서다가 디리던-그마음과 별로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제 웬일인지 나는 이것을 받아줄이가 땅위엔 아무도 없음을 봅니다.내가 줏어모은 꽃들은 제절로 내손에서 땅우에 떨어져 구을르고 또 그런마음으로밖에는 나는 내 시를 쓸수가 없습니다. - 서정주, 쉬임없이 그짓을, 지난주도 되풀이 하였습니다.우리가 글쓰는 마음도 이 마음과 같지 않..
9차시 리뷰-몸으로 읽다 '소년이 온다' 앓이 소년이 온다 ‘앓이’를 했던 수업이었습니다. 타인의 고통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문학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귀합니다. 스크린을 통해 전시되는 무력한 피사체가 아닌 (혼령이 되어서도) 할 말 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는 시간. 그 꿋꿋하고 집요한 응시는 분명 손쉬운 애도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값진 게 아닐까요. 좋은 문학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일깨우는 작품이요. 아무튼 온몸으로 소년이 온다를 읽는 여러분들에게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마워요. 같이 있(읽)어주어서요. 오늑 영화 내용정리가 명쾌하네요. 가해자의 말과 대비되는 피해자 증언으로 를 접근했습니다. 이 소설도 위의 영화처럼 간략한 요점 정리가 되어야 책을 안 읽..
8차시 리뷰_섬세한 몸부림이 필요한 시간 글을 쓰면서 자기 느낌과 자기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고 풀어내는 일은 용기와 의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작업을 수행하면서 뭔지 모를 괴로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를 지나고 있는데, 이런 기분, 조금씩 움찔거리고 달라지는 마음의 결을 계속 글로 계속 풀어보는 것, 그러면서 다른 내가 되는 것이 글쓰기가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치)박연준의 시어를 계기로, 그간 마음에 불편함을 안겨주고 고개를 돌리게 하고 반면교사로 삼게 했던 험한 말들의 사적 경험을 열거했습니다. 김기덕 영화, 중학교 시간강사 생활, 고2 체벌 경험, 동서와 시동생 사례. 개인적 삶에서는 자연스레 뒤섞인 이야기지만, 글쓰기라는 작업은 그런 무질서한 일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위의 사례를 예술 (박연준 시와 김기덕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