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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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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간의 결혼식 - 신해욱 여자인간 동거 7년, 결별 2년, 재회 6개월 만에 식을 올리는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버스 두 번, 택시 한번, 도보 10분으로 그 먼 나라의 땅을 밟았다. 토요일 오후 차들이 즐비한 복잡한 도로를 이런저런 교통수단으로 통과하자니 그녀가 지나온 길을 되짚는 듯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막판에는 뚫렸다. 야트막한 언덕 안쪽에 그림 같은 성당이 숨어있다. 신부대기실 문을 열었다. 머리에 분홍색 화관을 쓴 후배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사진 촬영에 여념 없다. “안경 안 썼네?” 그녀는 비혼주의자였다.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식의 절차를 밟는다. 제발 식만 올려다오. 부모의 애원이 통할 만큼 그녀는 외로웠다. ‘이러다가 파리에서 송장되겠다’며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결혼식 준비 과정이 요란했다...
7차시 리뷰-글은 삶을 배반하지 않는다 (스콜라스티카)‘거리의 음악’과 ‘무대의 음악’에 관한 비교. 음악이 감상하는 것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좋습니다. 리어카 테이프 추억은 감칠맛 나고요. 분명한 문제의식과 입장이 있는 글입니다. 이것이 칼럼이 되려면 적당한 콘텐츠가 제시되어 글의 객관성을 높여주어야 하겠죠. 무대의 음악의 문제점 지적이 다소 취약해보여요. 감상보다 평가 위주의 무대이긴 하지만, 거기 나온 노래가 음원 챠트를 휩쓸고 그런다는 기사도 본 거 같아서요. ‘한 번도 같이 흥얼거려본 적이 없는 노래가’ 라는 표현은 위험하죠. 너무 이분법으로 단순화 시킨 건 아닌가 싶습니다. 글이 점점 명료해지고 있어요. 특유의 조단조단 유유자적 멋스러운 문체가 있으신데 그게 자칫 늘어지게도 합니다. 글의 균형 잡기에 주력해주세요. ..
6차시 리뷰- 에움길로 돌아돌아 “나도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수업시간에 공통적으로 호소하셨죠. 글이 삼천포로 빠지고 주제와 논점을 이탈하고 마무리가 안 된다고. 원래 그럽니다. 사는 것도 그렇지 않던가요. 비냉 먹으려고 했다가 물냉 시키듯이; 암튼, 저는 글에 문제의식 담는 비법?을 족집게로 집어드릴 수 없고 능력도 안 됩니다. 제가 아는 거라곤 책 읽고 공부하고 글 쓰고 밖에 없어요. 그리고 방법을 알아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부의 결과물로 (나만의) 방법이 나오는 거거든요. 특히 창작분야는 그래요. 쉽게 빠르게 얻어지는 것은 내 것이 아닌 경우가 많죠. 암튼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겁니다. 우직하게 오늘도 한 걸음 내딛었고 다음 주도 한 걸음 내딛고. 같이 최소한 열두걸음 가는 겁니다. (상상)같이 동행했네요. ..
5차시 리뷰 - 삶의 발화로 그간은 ‘기억의 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삶의 발화’ 단계로 넘어가야할 때입니다. 기억이 말하는 것과 삶이 말하는 것(피어나는 것)은 같기도 다르기도 합니다. 앞에 것이 기억의 방에서 꺼낸 정보와 사실 위주라면 뒤에 것은 삶에 대한 숙고와 진실 차원입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이 질문을 말풍선으로 띄워놓고 글을 써보세요. 글이 사적 고백을 넘어서 공적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요. (스콜라스티카) 아버지의 예민함을 설명한 부분이 생생하게 와 닿네요. 특히 맞춤법 부분은 매우 놀라운데, 아버지가 국어선생님이신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와 계기로 토시 하나까지 점검하시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예민함은 감각의 영역이거든요. 아버지처럼 태도의 영역은 ‘깐깐..
4사시 리뷰 - 좋은 제목 좋은 글 노래 – 상처가 아문다는 것 글의 짜임새와 완결성만으로는 지금까지의 글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한 호흡에 읽히고 흥미진진합니다. 그는 멋진 지도자가 되고 싶고 최소한 비겁하기 싫은 청춘이었고, 책과 씨름하던 어느 여름 날 충동적으로 사고를 쳤는데, 그 사고가 그의 삶에 중요한 사건이 되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사건 이후 변화에 대한 정보와 해석이 많이 부족합니다. ‘살아내니 잊혀지더라’는 마무리는 맥이 탁 풀리고요. 그렇게 잊혀졌다기엔 앞글이 너무 생생하니까요.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상처는 아문다?) 한 줄로 정리가 안 되는 애매함이 있습니다. 마지막 단락 수정해보세요. 오늑 – 헤어 나올 수 없는 망각 ‘부서지지 않는 암흑’이 뭘까 한참 생각했습니다. 빈틈없는 어둠. 완고한 상황일..
3차시 리뷰 - 왜 라는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설거지를 하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매주 학인들의 글을 읽고 또 읽다보면 속상하다 웃기다가 곡진하다 잔잔하다 그럽니다. 이토록 온갖 감정이 낙엽처럼 떨어지고 이야기가 쌓이면 내 몸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 몸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과할 때. 그런 부제를 달아봅니다. 여러분들은 제게 사람책입니다. 밀양 할매처럼 “소인으로 태어나서 이만하면 됐다” 말할 수 있는 삶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고, 저에게 운수 좋게도 ‘미리보기’ 기회가 주어진 거 같습니다. 소울리스 아버지의 품에 안겨 있을 때 팔의 고통보다 모처럼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 이 부분이 반전이네요. 아버지가 무뚝뚝하셨는지, 다른 둘째들처럼 관심 받고 싶었는지, 그런 정보가 더 궁금합니다. 화상 사건이 단지 반팔을 입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2차시 리뷰 가비 그간 겪은 이별의 사례를 나열했네요. 병렬식 구조라서 이야기가 개요식으로 짧게 전개되어 아쉽습니다. 이 중 가장 아팠던 이별 한 두 가지를 깊이 있게 써보는 게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떠나보냄’이란 표현이 낯설게하기 효과는 있는데 근거가 필요해요. 이별의 진부한 표현 대신 ‘떠나보냄’이란 단어를 썼으면 가비 고유의 해석이 뒷받침 되어야 말이 힘을 받습니다. 친척도 ‘관계자들’ 이란 사무적인 표현을 썼는데 필자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바로 뒤의 뜻과 맞지 않고 이물스럽습니다.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날의 기억은 선명한 묘사가 생생하고요. 할아버지의 죽음을 “더는 할아버지 가슴팍에 기대어 입으로 들어오던 각가지 맛난 것들이며, 귀로 들어와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주던 ‘유년 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