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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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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면접관의 고백 마흔 넘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근 20년 만이라 얼떨떨했다. 열 명 남짓 일하는 작은 비영리조직이라도 회사는 회사다. 출퇴근, 야근, 회식, 주간업무회의 등 온갖 직장의 관습을 익히느라 진땀 흘리며 ‘늙은 신입사원’ 노릇을 수행했다. 그런 내가 입사 4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면접관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예정에 없던 일이다. 비록 팀원을 한 명 두었지만 직함이 팀장이라서, 조직에서 나이가 많은 죄로 그리되었다. 자기를 신입으로 아는 나한테 면접관을 하라니 자아분열 돋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무실 테이블에는 서류심사를 앞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이백인분이 쌓여있었다. 저 존재의 아우성들, 사각형에 갇힌 면면들. 꼭 무슨 전단지 묶음 같았다. 귀해 보이지 않았다. 옆 자리 ‘젊은 팀장’은 일차 서류를 ..
내일을 위한 시간 - 산드라의 변신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카프카의 소설 첫 구절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가 된 자신에 대한 경악보다 출근 걱정이 앞서는 뼛속까지 노동자다. 그를 대하는 사람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엄마는 기절하고 직장 상사는 기겁하고 아버지는 주먹으로 위협한다. 여동생은 벌레 오빠를 받아들이고 음식을 챙겨준다. 하숙인은 집안에 벌레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임대차 계약 위반이라며 하숙비를 내지 않겠다고 잇속을 차린다.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 도 비슷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회사에서 전화가 한통 걸려오고 산드라는 자신이 해고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눈 뜨니 해고자다. 이를 안 산드라는 생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