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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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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10기 - 기억의 말, 삶의 발화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기억의 말, 삶의 발화 글쓰기는 사려 깊은 삶의 좋은 방편입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생각을 만납니다. 또 남의 글을 읽을 줄 알아야 나의 글도 써낼 수 있습니다. 언어란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생각을 ‘형성하고’ 나아가 ‘소통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문제의식을 싹틔우고 더 깊은 사유로 벼리기 위해 글쓰기의 최전선은 책과 동료가 함께 공부합니다. 10기의 주제는 ‘기억의 말, 삶의 발화’ 입니다. 삶의 내밀한 경험을, 구체적 삶의 현장을 보고 느끼고 기록한 책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사적 경험이 공적 언어로 어떻게 기록되는가. 개별적 고통이 어떻게 보편적 진실로 확장되는가, 살펴봅니다. 언어로 자기..
단원고, 기억의 우물 엄마가 돌아가신 지 8년이 지났다. 아직도 친정 안방에는 엄마가 쓰던 재봉틀과 화장대, 소품이 그대로 놓여 있다. 영정 사진 앞에는 고인 앞으로 온 무슨무슨 단체의 우편물이 차곡차곡 높아간다. 첫 해에는 그랬다. 제아무리 무뚝뚝한 아버지라도 갑작스러운 ‘마누라’의 죽음에 허망하신가보다 했다. 나로서는 매번 울컥했다. 엄마의 물건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곤 했다. 3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자 이제는 그만 정리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차마 말이 되어 나오진 않았다. 신문에는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의 소개와 부모의 편지가 매일 연재된다. 꼬박꼬박 챙겨서 보는데 저마다 아이들의 사연은 달라도 똑같이 반복되는 구절이 있다. “**야, 엄마는 아직 네 방을 그대로 두고 매일 들어가본단다.” 눈물..
휴면기- 허연 오랫동안 시 앞에 가지 못했다. 예전만큼 사랑은 아프지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비굴할 만큼 비굴해졌고, 오만 할 만큼 오만해졌다. 세상은 참 시보다 허술했다. 시를 썼던 밤의 그 고독에 비 하면 세상은 장난이었다. 인간이 가는 길들은 왜 그렇게 다 뻔한 것인지. 세상은 늘 한심했다.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 도 아니었다. 염소 새깨처럼 같은 노래를 오래 부르지 않기 위해 나는 시를 떠났고, 그 노래가 이제 그리워 다시 시를 쓴다. 이제 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무나 다행스럽다. 아무것도 아닌 시를 위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길 바라 며 시 앞에 섰다. - , 허연 민음사 직장인이 된다는 건 매일 같은 시간에 출퇴근 하는 일이다. 물론 퇴근이 불규칙한 경우가 더 많다. 노동력을 파는 게 아니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