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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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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밀양을 살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어게인 3년 전, 연구실과 한 공간을 쓰던 별꼴카페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투쟁 사진전 '사람을 보라' 전시를 했었다.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울 일도 아니란 생각에 덥석 진행했다가 당황했다. 손 가는 일, 돈 드는 일이 많았다. 특히 사진작가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거의 다였다. 옆에서 괜히 일손 거들면서 미안함에 쩔쩔맸었다. 시간과 공을 들이는 걸 보자니 안타깝지 뭔가. 내가 초청전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시를 뚝딱 대행할 능력도 없으면서 무리수 두지 말자 다짐했건만, 그걸 까먹고 또 '밀양을 살다' 사진전을 욕심 냈다. 비유가 거창하지만 첫애 낳을 때 산통을 망각하고 또 둘째아이 낳는 사람처럼 -.-; 오늘 밀양을 살다 사진전 세팅을 완료했다. 작가분들 5명이나 와서 완전 고생했다. 이사하..
마지막 후기- 글쓰기와 건강과 축제 우니님한테 여러 번 놀랐어요. 수업 중반이 넘어가도록 단 한번 도 과제를 안 해오면서도 어떤 죄의식도 없어서 신기했고, (대개는 빈말이라도 ‘과제 못해 죄송하다’는 말이나 ‘왜 못했다’는 변명 등을 하거든요) 막판에는 마치 줄곧 과제를 해온 사람처럼 천연덕스럽게 9, 10차시 글을 써내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점에 놀랐네요. 길들여지지 않았고 구김살 없는 성정이 부럽습니다. 글도 잘 썼어요. 일베; 친구들과 논쟁하는 부분 설득력 있고요. 선동적 어투가 글의 내용과 들어맞았어요. 감정과 이성의 분리적 사고에 대한 논파, 권력자의 입장에 자신을 대신하는 모순적 태도 등에 대한 대응논리는 평소 공부하고 논쟁하면서 가다듬어 진답니다. 논쟁에서 대해서 글을 써보는 건 사유의 균형을 잡는 데 있어서 참 좋은 방법이에..
9차시- 헛소리가 참말이 될 때의 경이 수업 시작하기 전에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잠시 수다를 떨었습니다. 남산에서부터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현재 상황 그분과 ‘밀땅’ 중이신 나방님의 고민을 듣고 말을 나누었는데요. 남자는 다 그래! 남자는 왜 그래? 결혼은 하는 게 나은가 아닌가… 하는 참으로 젠더적 규범적 편견에 얽매인 허망한 말들이었죠. 자기가 살아봐도 모르는 어려운 문제, 김수영의 표현을 빌자면 ‘헛소리’에 불과했지만 헛소리도 반복하면 진실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도 김수영은 말했습니다. 그렇죠. 우리 삶이 매양 공회전하고 중구난방이고 헛발질 같은데 삶을 표현하는 말들이 그와 같지 않다면 거짓이겠지요. 그래도 그런 삶에 질서와 의미와 향기를 부여하기 위해 균형을 잡기 위해 김수영은 글을 썼고, 우리도 글을 씁니다. 몸부림이죠...
축제전야 사람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자신은 모릅니다. 알고 있다고 믿었는데 모르고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데 모르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은 알고 있는 것도 있거든요. 이 영역이 제가 글을 쓰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후루이 요시키치) 요새 바쁘구나, 글을 잘 안 쓰는 걸 보니. 라고 친구가 말했다. 바쁜 건 맞지만, 내가 글을 가장 왕성하게 쓸 때보다 바쁘지는 않다. 그 때는 바쁜 게 글쓰는 이유였고, 지금은 바쁜 게 글 안 쓰는 핑계다. 그 때는 왜 썼는지, 뭘 쓰는지도 모르고 쓰는 행위에 열중해서 썼던 거 같다. 지나고 보니 그렇다. 지금은 글을 쓰려고 하면 생각이 개입한다. 시시하고 지루하다. 내가 하려는 말들이 시시하고 떠올랐다 가라앉는 생각들이 지루하다. 왜, 꼭, 굳이, 뭘, 또, 하면..
더 뺄 것이 없어야 좋은 글 시간의 파도가 삶에 어떤 무늬를 만들어놓는가를 생각하면, 참 신비롭습니다. 얼마 전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없던 욕망이 생겨나고, 이랬는가했던 마음이 저렇게 돌아누워 버리는 게 순식간이고. 이 알 수 없음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리는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요. 이런 생의 얄궂음이 아니라면, 그동안 인류보고서에 의해 확증된 경우의 수가 삶의 전부라면 시시해서 살 수 없을지도 몰라요. 포도송이 하나에 매달린 포도알의 모양이나 빛깔도 똑같은 게 없다는 데 말이죠. 각자성으로 존재하는 삶. 어설픈 느낌, 부서진 기억을 복구해나가면서 글을 써나가다 보니 마음만큼 뜻한대로 써지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요. 천연나방님의 수줍고도 당당한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알고보면 남친으로 인한 사유의 변화들. 4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