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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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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수고 -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과제 왜 이렇게 어려운 걸 교재로 택하느냐는 ‘원성’을 듣는 책들이 있습니다. 맑스, 벤야민, 니체의 책, 지난 기수에는 에드워드 사이드. 그리고 장르로는 ‘시집’ 등등. 그런데 쉬운 책이 꼭 좋은 책은 아니거든요. 나의 인지적 정서적 관습적 토대에 아무 이물감 없이 스미는 책은 혼자서 읽어도 무방하잖아요. 공적독서의 장에서는 좀 낯선 책이 좋습니다. 어려운 책이 곧 나쁜 책은 아니며, 불편한 책일 따름이죠. 화를 돋우는 의미에서요. ^^ 기존의 가치와 충돌을 일으키는 새로운 것과 접속할 때 인식의 지평이 흔들리고 그러면서 새로운 사유의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기존의 삶이 답답할 때는 뭔가 새로운 논리 근거, 인식의 틀이 필요한 거고요.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사물이든 ‘화나게 하는 존재’를 가끔은 의도적으로 ..
손경이 - 엄마가 말하는 폭력, 아들과 바꾸는 세상 손경이는 전문 강사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성·학교·가정·직장 폭력 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2012년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손경이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다. 강의 도중 그 자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피해 경험을 터놓는다. 삶의 진실함에서 나온 묵직한 강의에 대부분 감동하지만 이런 반응은 피할 수 없다. “아, 자기가 당해서 성폭력 강사를 하는구나.” 어떤 이는 대놓고 구시렁거린다. “어쩐지 드세더라. 남자를 가만 안 둘 기세야.” 편견의 말은 대개 단순논리로 반복된다. 특히 성폭력에 관해서는 논리적 성찰을 허용하지 않는다. 삶의 여정에서 흘러들어온 모든 것의 퇴적층이 성정이다. 특수한 경험이 직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드물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의사 할까. 더군다나 그는 반대다. 성폭력..
<자기만의 방> - 글쓰기란 다수 경험의 결과물이다 아침에 파리대학에서 공부하는 후배한테 전화가 왔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번씩 안부와 수다를 전하곤 해요. 일상 잡사가 꼭 젠더와 정치 문제로 연결되는데. 주로 프랑스의 빛과 어둠을 주로 얘기하죠. (살아보니) '겉' 보기와 달리 프랑스가 얼마나 보수적인가, 또 어떤 사안은 얼마나 급진적이고 합리적인가. 일전에 후배의 프랑스인 레즈비언 친구가 그랬다네요. 너네 한국 부럽다고. 우리는 68혁명 이후 사회적 불평등이 해소되고 여러 제도가 개선되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국은 70년대에 비하면 얼마나 여성(소수자)의 지위가 크게 변했느냐가 요지입니다. 일견 타당한 말인데, 마치 전교 1, 2등 하는 친구가 너무 성적 올리기 어렵다는 말처럼 들려서 허허로운 웃음이 나왔어요. 후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