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오면 / 이성복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올드걸의시집]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살 속으로 물이 들어가 몸이 불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빗물이 눈 속 깊은 곳을 적시고

    귓속으로 들어가 무수한 물방울을 만들어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발밑 잡초가 키를 덮고 아카시아 뿌리가

    입 속에 뻗어도 어머니, 뜨거운

    어머니 입김 내게로 불어온다

 

    창을 닫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빗소리,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 이성복 시집 <남해금산>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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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탄생, 모진고통조차 긍정하는 디오니소스

[니체의답안지]

니체는 그리스를 좀 편애한다. 니체가 추구하는 강자, 고귀하고 역동적인 삶의 원형을 그리스인들에게서 찾고 적극적으로 예찬 옹호한다. <비극의 탄생>은 그리스 예술정신에 대한 예찬을 엮은 책인데, 결론은 삶의 문제로 돌아간다. 삶을 충실하게 실현한 고대 그리스 비극을 탐구하면서 니체가 살았던 당대 학문과 시대에 대한 비판을 곁들인다. 니체가 보기에 근대 예술과 문화는 순수성을 상실하고 상업적이고 천박해졌다. 산업으로서의 문화만이 살아남는 곳, 자유로운 개인의 감성과 개성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서성이는 곳으로 삶을 왜곡하고 경직시킨다는 것이다. 이 때 니체가 비판한 근대문화는 단순히 19세기의 문화가 아니라 그리스 문화가 사라진 시점부터 현재까지로 확장된다. 가령 신화가 살아 있던 그리스 문화를 밀어내고 들어선 로마문화는 장식과 형식만을 추구하는 문화였다는 것. 이는 근대 문화의 전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문헌적 역사적 해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적 구조의 두 원리인 아폴론적인 꿈과 디오니소스적인 도취가 삶과 실존의 두 원리이기도 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한다.

니체에 따르면 그리스 문화를 꽃피우게 한 예술의 원리는 아폴론적 충동과 디오니소스적 충동이었다. 아폴론적인 요소는 꿈의 요소, 조형예술의 원리, 이성적 차원이고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도취의 요소, 음악의 원리, 감성적 차원으로 정리하였다. 그중에서도 디오니소스적 충동은 그리스비극의 중요한 요소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를 맺어줄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화해시킨다. 니체에게 고대 그리스 비극은 삶과 예술, 삶과 사유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고유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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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정리> 욕망하는 신체의 정치경제학

[정신분석혁명]

# 복합적 신체

노동자들이 자본가의 착취에 대항해 ‘우리가 기계가 아니다’ 라고 외치는데 기계가 맞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노동자는 비유가 아니라 실재로 산업기계의 이지적 기관이다. 인간이 어쩌다가 산업기계의 부속이 됐을까. 자본의 욕망(리비도) 때문이다. 자본은 자기 몸집을 불리기 위해 인간을 손으로, 화폐를 혈액으로 삼아 생산물을 낳는 신체다.

자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욕망하는 신체는 단일체가 아니라 복합체이고 기계처럼 작동한다. 욕망의 흐름 속에는 인간과 기계, 사물과 동물의 구별없이 모두 접속하여 네트워크 형태의 신체를 구성한다. 즉, 하나의 부분-기관이 항상 다른 부분-기관에 연결되면서 형성되는 리비도적 신체이다. 어떤 욕망의 흐름을 생산하고 어떤 흐름을 절단-채취하는지에 따라 신체는 매번 다른 복합체의 기계적 기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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