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생각한다

[차오르는말들]

* 생애를 생각한다

‘오래 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며칠 전 아는 동생이 댓글로 달았다. 표현이 적절하고 절실해서 뭉클했다.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선 나야 말로 산다는 것이 뭘까, 인생은 왜 이리 긴가, 상념이 많은 요즘이다. 아이들 밥 세끼 거둬 먹이다보면 어느 새 부엌 창문으로 어둠이 깔린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한 하루살이. 앞으로도 큰 틀에서 달력의 질서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일상은 이리도 단조로운데 인생은 왜 이리 험난한가. 아이러니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어릴 때 학교 다니고 어른 되어 일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자식 키우다가 병들어 죽는 인간의 일생. 이대로 살기도 벅차다. 고난도 기술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쩔쩔매면서 내 한몸 챙기고 내 새끼들만 거두다가 저무는 게 삶이라면 허무하다. 인간이 단체로 약속한 듯 그런 생을 살아가는 세상이 시시하다. 
 

더보기


 

신고

'차오르는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등학생 아들에게 읽어주는 글  (16) 2011.03.03
Mendelssohn- Piano Trio No.1  (6) 2011.02.07
명절을 생각한다  (6) 2011.02.03
편지  (8) 2011.01.17
꽃수레의 사랑으로  (15) 2011.01.13
발렌티나 리시차와 함께 한 일요일 오후  (1) 2011.01.02

방금 젊지 않은 이에게 / 황인숙

[올드걸의시집]

너는 종종 네 청년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나는 알지
네가 켜켜이 응축된 시간이라는 것을
네 초상들이 꽉꽉 터지도록
단단히 쟁여져 있는 존재라는 것을
지나온 풍경들을 터지도록
단단히 쟁여 지니고 날아다니는 바람이
너라는 것을

그 때 너는 청년의 몸매를 갖고 있었다
희고 곧고 깨끗한
아, 청량한 너의 청년! 

그 모습은 내 동공 안쪽
뇌리에 각인돼 있고
내 아직 붉은 심장에
부조돼 있다.


- 황인숙 시집 <자명한 산책>, 문학과지성사



더보기


 

신고

'올드걸의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단추 / 손택수  (2) 2011.03.09
희망 / 유하  (6) 2011.02.13
방금 젊지 않은 이에게 / 황인숙  (6) 2011.01.30
46 빈 손 / 성기완  (4) 2011.01.02
사평역에서 / 곽재구  (4) 2010.12.22
그날 이후 / 최승자  (2) 2010.12.14

문학의 공간 - 카프카와 작품의 요구

[비포선셋책방]

모리스 블랑쇼가 누구냐. '쓴다는 것은 매혹이 위협하는 고독의 긍정으로 들어서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사람이다. 더없이 클래식한 표현. 왠지 프랑스에서 태어나 걸음마 떼면서부터 철학을 시작하여 문청을 거쳐 사상가로 깊은 주름을 만들어낸 프렌치코트 깃 세운 노신사가 떠오른다. 맞다. 1907년에 태어나서 2003년에 돌아가셨으니 참 오래 사셨다. 철학과 문학비평 등등 작품이 많다. <문학의 공간>이 주저서로 알려졌다. 그 책을 넘기면 '철학책'스러운 관념어들이 나열돼 있다. 본질적 고독, 문학의 공간, 작품과 떠도는 말, 릴케와 죽음의 요구, 영감, 문학과 근원적 경험 등등. 예상대로 읽기가 수월치 않다. 강밀도가 높다. 그러니 고급수제초콜릿처럼 한번에 읽어치우지 말고 혀에 품고 녹여야한다. 글을 눈에 바르고 있으면 풍미가 느껴진다. 시 같은 책이다. 단숨에 안 읽히는 도도함에 은근히 끌린다.   

 

더보기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