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교사 - 학교 밖으로 행군하라

[행복한인터뷰]

남산골, 개나리꽃보다 먼저 그가 왔다. 사뿐사뿐 비둘기걸음으로. 커다란 배낭 매고 주렁주렁 선물꾸러미 들고 수유너머를 찾았다. 첫 방문이 아니다. 슬며시 혹은 우르르 여러 차례 들렀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울산에서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공식용어로는 풍경지기 박혜숙. 올해로 15년차 교사, 독서모임 <풍경>을 8년째 이끈다.

풍경이 낳은 아이들이 400여 명. 아이들과 매달 책을 읽고 토론한다. 방학이면 떠난다. 저자와의 만남은 덤이다. 조국, 홍세화 강연장을 찾아가고 우석훈, 고미숙을 초청해 생얼을 대면한다. 책장에서 날아간 앎의 씨앗이 풍요로운 인연의 꽃밭을 피워냈고 울산에서 시작된 풍경소리가 맑고 향기롭게 울려 퍼졌으니, 이름대로 뜻을 이뤘다. 드물고 귀한 실천. 지난 수년간의 풍경 활동을 정리한 문서에 그는 이런 제목을 달았다. ‘교사와 학생이 길 위에서 벗이 되다'

더보기


 

신고

어부 / 김종삼

[올드걸의시집]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 김종삼 시집 <북치는 소년> 민음사



내가 사랑하는 것들. 할증요금 올라가는 택시에서 듣는 옛날가요. 십대후반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듣던 주옥같은 노래들. 밤마다 심취해 베껴쓰던 노랫말들. 토씨하나 안틀리고 재생가능. 오늘같은 경우라면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촛불. 한강변 끼고 달리면서.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했는가. 바람아 멈추어라 촛불을 지켜다오. 모든 사랑은 바람 앞의 촛불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약 일이십분정도. 밤과 침묵의 현전. 경험할 순 있지만 말할 수 없는 바깥을 유람한다. 눈치없는 기사아저씨가 말을 거네. 데이트 안 하시고 왜 이렇게 일찍 들어가세요. 이게 왜 일찍인가. 택시 탈 때 여자후배랑 헤어지는 거 봐놓고 저런 얘기는 왜 한담. 한시 다 돼어 들어가는 에미. 아들이 깨어있다가 예의바르게 인사한다. 엄마 다녀오셨어요. 안주로 먹다 남은 치킨 싸와서 야식으로 주고. 어서 자라. 한다. 괜히 멋쩍다. 국어선생님이 이글스 공연 다녀왔다더라는 얘길 하면서 침대에 누워 딩굴딩굴 음악듣는 아들. 이글스꺼니? 아니오. 콜드플레이요. 아, 비바라비다구나. 엄마 저 잘게요. 그래. 컴에 앉아 라디오를 켜니 아들이 말한다. 엄마. 호텔캘리포니아 틀어주세요. 디제이엄마. 그래. 기타소리가 심금을 뜯는다. 아들 잘자.  

바닷가에 매어둔 고기배처럼 날마다 출렁이는 엄마. 배타고 요 앞바다 마실 다녀왔다. 마음은 태평양 가로질러 떠나고싶지만 묶인채 출렁인다. 가끔 다른 배들이 와서 툭툭 머리를 맞댄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건넨다. 며칠 전에 후배에게 편지가 왔다. 한줄요약하자면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 상대가 모르게 혼자 좋아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어서 아파요' 한 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서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착하고 순수하니까 그런 사람 좋아하지 싶었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답장을 보냈다... 틀에서 보면 나는 찬성이다. 찬반 문제가 아니지만, 그냥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고 싶어. 더 많이 아파하고 더 많이 눈물 흘리라고. 살면서 나를 움직이게 하고 잘 살고 싶게 하고 존경하는 마음, 애틋한 에로티시즘까지 얹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만나는 일은, 드물잖니...사랑하는 사람, 강물에 던져버리고 싶은 이름 있고 그래도 독사처럼 칭칭 감기는 사람 있다는 거..참 행복한 일이야. 아프겠지만. 사랑 놓지마. 전송했다. 외사랑. 요즘같은 성과와 효율의 시대 흔치 않은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나처럼 은근히 선호하는 것은 도착증이다. 순정만화증후군같은. 화사한 사랑만 기다리고 있는. 뭐 어쩌겠는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동력은 사랑이라고 믿는다. 

신고

'올드걸의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명시 / 성삼문  (8) 2011.04.12
한 잎의 女子1 / 오규원  (4) 2011.04.06
어부 / 김종삼  (5) 2011.03.23
꽃단추 / 손택수  (2) 2011.03.09
희망 / 유하  (6) 2011.02.13
방금 젊지 않은 이에게 / 황인숙  (6) 2011.01.30

박혜숙 아동문학평론가 - 인문학과 아동문학이 만났을 때

[행복한인터뷰]

# 0.

‘글 쓰는 사람’을 글로 알려야할 땐 꾀가 난다. 그냥 글 한 편 복사-붙여넣기 해서 보여주면 간단할 텐데 싶으니 말이다. 사실, 모든 글은 자기고백이다. 타자를 경유한 진실 드러내기 혹은 자기가 감각한 세계 잘라내기다. 단편적인 글에서도 ‘존재의 슬로건’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위클리수유너머의 더 리더: 동화책 읽어주는 여자, 박혜숙(달맞이) 글이라면 이런 대목이다.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삶이 아닌가! 누군가에 의해 촉발되고, 누군가를 촉발할 수 있는 생명력.’

파스텔 색감 몽글몽글한 그림동화에서 생의 이치를 콕 끄집어내는 달맞이. 그의 글엔 늘 뭔가 있다. 예리하고 공정하고 따뜻하고 총체적으로 웅숭깊다. 달맞이꽃이 피기까지, 삶의 행로가 궁금했다. 어찌 나 뿐이겠는가. 댓글 따윈 필요 없다는 차도녀 까도남 독자가 운집한 <위클리수유너머>에 일전에 의견이 달렸다. ‘달맞이님의 글, 늘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누구신지 궁금하고, 언제 기회가 되면 뵙고 싶네요.’ (뺑덕어멈)

더보기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