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6기 엠티 - 전주, 배회하다

[글쓰기의 최전선]

글쓰기의 최전선 6기 마지막 수업을 전주로 엠티를 갔다. 6월 5일. 향후 대학의 레벨이 결정되기에 고3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6월 모의고사가 실시되는 날이었다. 내가 엠티를 간다고 하자 "고3엄마가 팔자 좋다"는 얘기를 두 군데서 들었다. 그 때야 문득 자각했다. 내가 고3 엄마라는 사실을. 의도한 바는 아닌데 종종 잊고 산다. 아들아 너는 시험을 보거라 엄마는 엠티를 가마, 격려하고 아침밥으로 부추와 달걀과 단무지로만 된 웰빙 김밥을 싸놓고 나왔다.  

 

 

엄마들은 특별한 날 김밥을 싼다. 글쓰기의 최전선 학인 태영씨 어머님이 딸내미 엠티 간다는 말에 다같이 아침으로 먹을 수 있도록 김밥을 싸주마 하셨고 태영씨는 무려 따뜻한 김밥 열줄을 들고 나타났다. 어머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기념촬영 하려는데, 로맨스조가 눈에 대보라고 해서 유치원생처럼 저러구 찍었다.ㅋ 터미널에서 김밥 로봇으로 변신 ^^  

 

 

"어머, 어머님이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 싸느라 힘드셨겠다."

"우리 엄마는 금방 뚝딱 싸요."

"빨리 한다고 안 힘든 건 아니야 ㅜㅜ저 야채 다 씻고 데치고 볶고 하려면..." 

언제부턴가 음식을 보면 노동과정이 보여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물론 스치는 감정이지만.  

 

 

"저 어렸을 때 휴게소에서 간식 척척 사먹는 부짓집 애들 부러웠어요.~"

"그래. 우리 원 풀어보자." 그래봤자 군밤이랑 아이스 커피. 정안휴게소에서 부짓집 자식들 코스프레.

 

 

전주 한옥마을 옆 동문거리에 있는 숙소 '이모네집' 전주영화제 스태프로 오래 참가한 동희씨 덕분에 조용하고 아담하고 저렴한 숙소를 잡았다. 이게 다 무슨 꽃일까. 아기자기한 정원에 매료된 서울 촌내기들. 민속박물관 온 아이들처럼 좋아함. 전북 장수 태생 봄봄님은 잡스러운 세간살이 갖고 왜들 저리 좋아하는가 의아해 함.

 

 

 

전주에 왔으면 상다리 부러지게 먹어봐야지. 점심으로 '천년누리봄'에 와서 막거리상 세 상 차려서 낮술의 항연.

그리고 낮술이 깨러 흔들흔들 카페로. 수제 초콜릿이 일품인 마닐마닐. 

 

 

 

전주의 자랑, 전동성당. 영화 '약속'에서 박신양이 갔던 그 성당이라는데,

"와, 이게 무슨 양식일까" "로마네스크과 비잔틴 양식을 혼합했다네"

 

 

 

 

 

한옥마을 걸어서 '오목대'로 이동. 바람 솔솔 부는 곳에서 과제 읽고, 몸 풀기 요가하고, 졸고, 떠들고...

 

 

 "이제야 낮술이 깬다"  한옥마을 통과해서 저녁 먹으러 ^^

저녁식사는 '베테랑' 그곳은 칼국수 400원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5000원이된 유서 깊은 분식집.  

 

 

낮술 깼으니 밤술. 안주로 먹을 전주의 명물 북어포 사기 위해 '전일수퍼'에서 대기 중. 학인들은 안주 확보하고 편의점에서 맥주와 양초를 사는데, 나는 다리가 아파서 편의점 앞에서 딴 짓을 하다가 딱 들킴.

 

  

 

엠티의 정수는 기타와 노래. 노고지리의 찻잔,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산울림의 독백 등등을 놀랍게도 30대 친구들이 신청. 마시고 부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 1부는 새벽 3시에 파하고, 숨이 타로카드 판을 벌려서 나는 새벽 4시반에 꾸벅꾸벅 졸면서 향후 6개월 운명을 점치고, 이슷트까지 보느라 최종적으로 새벽 6시에 잠들었다는 후문.

 

 

다음 날은 '왱이' 콩나물 국밥으로 해장하고. 밥값을 내는 남몰래 선행을 베푼 태영님. 유일한 정규직이자 전문직으로서 은혜로운 일을 종종 하심. 봄봄님이 생활하는 여성문화공간 '비비' 방문. 그동안 봄봄님을 통해 글로만 보던 k님과도 만나고 비혼공동체를 실감하다. 전주에 계시는 비혼여성들에게 좋은 보금자리가 될 것 같은 예감. 

 

 

 

손수 구운 쿠키와 매실차, 핸드드립 커피로 융숭한 대접 받고 좋은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낮 1시 버스를 타고 우리는 모두 서울로. 안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날로 간 희정씨한테 인사 제대로 못했다며 문자가 왔다.

 

"엠티 ㅎㅎ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즐거웠어요.... 언제 뙤약볕에 낮술 먹고 배회할까요. ㅋㅋㅋㅋ

4기 때는 금기를 넘어서는 불온한 엠티의 즐거움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맛집 탐방 같은 즐거움ㅋ"

 

봄봄님이 책을 선물해주셨다. 엠티 도중에 선물을 개봉하는데 동봉된 엽서에 시가 있었고, 읽어달라는 요청에 읽어내려가다가 첫 구절부터 울컥하고 말았으니... 나는 정들다가 헤어지는 게 왜 이렇게 슬픈 걸까.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

당신이라는 호칭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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