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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선물같은 일들

'생기랑 마음달풀'에서 글쓰기 수업했던 분들과 만났다. 나의 책이 나오기를 기다려주고 발매일 날 당장 달려가서 사주고 저자 사인 받겠다며 소녀들처럼 호들갑스럽게 책을 챙겨온 그녀들. "내가 여기 오니까 작가가 된 거 같다"며 팔푼이처럼 좋아하는 나. <올드걸의 시집> 들고 기념 촬영. 사진에 안 나온 생기, 광년, 타기, 원사까지 반가웠고, 상다리 부러지는 음식들 맛있었고, 면전에 대고 말 못했지만 고마웠음.    

 

나도 연말시상식에 수상의 기쁨을 일찌감치 누렸다. 연말자식사랑상. 내 표정에서 귀찮음이 얼마나 티가 났으면 딸아이가 '귀찮음 하나 없이' 자식을 돌보았다고 썼을까 싶어 깊이 반성했다. 내년에도 자식사랑상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시세미나 같이 하는 바람도리님이 선물해준 장갑. 그의 동생이 몸이 불편해서 집에 있는데 소일거리로 장갑을 손뜨개로 직접 뜬다고 했다. 2만원에 팔기도 하는 귀한 것이 내게로 왔다. 가볍고 실용적이고 착용감이 좋다. 동생이 인증샷 찍어오랬다며 사진 찍어서 내게도 보내준 것. 우리 오빠도 아파서 주로 집에서 지내는데 알고 보면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는 경우가 꽤 많다. 잘 나가는 친인척은 자주 얘기해도 그렇지 않으면 가까운 이들조차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장갑을 낄 때마다 자의와 타의에 의해 세상에서 배제된 채 살아가는 이들을 떠올리게 되겠지. 안 보이는 사람을 보이게 해주는 장갑.    

 

완전 귀여운 노트와 손수 제작한 카네이션. 시세미나 진스님이 어제 세미나 끝날 때 주춤추춤 내밀었음. 아끼는 공책이라 뜯지도 않고 있었는데 주신다고 하셔서 나도 못 뜯고 있다. 비닐 아래로 북극곰의 다양한 자태가 깨알같은 웃음을 준다. 5월도 아닌데 눈 내리는 날 카네이션을 받으니 더 좋고. 다 큰 어른이 종이랑 가위 들고 꽃 만들었을 시간을 상상하니 더 새록새록 감동. 그라시아스. gracis가 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무려 세번이나 써있다. 나도 말해야지. 2013년까지 울려퍼지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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