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다

[차오르는말들]

 

"엄마는 참 좋은부모구나~" "나도 엄마처럼 좋은부모가 될게~" 일일 삼회정도. 딸아이는 연극적인 대사와 함께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표정의 자애로움이 거의 유치원 원장님 포스다. 한동안 "아빠 착해~"하면서 남편을 격려하더니 이제 나를 더 많이 칭찬한다. 내가 뭘 그리 잘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던대로 했을 뿐이다. 단감을 깎아주면서 먹으라고 하면 "자식을 위해 준비했구나~ 엄마는 참 좋은 부모구나~" 한다. 그저께는 장보러 갔다가 새우가 싱싱하길래 구입해서 아주 오랜만에 깐소새우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또 폭풍 감격. 조리과정 내내 지켜보면서 "엄마는 참 자식을 사랑하는구나~" 등을 두드려준다. -.-; 급기야 상장까지 받게된 건 어제 저녁일이다. 낮에 후배를 만났다. 맛난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라서, 고급한 한식집에서 고가의 전골을 먹었다. 내 배가 부르니까 저녁을 하기 귀찮았지만 기본반찬은 챙겨주었다. 된장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구웠다. 삼치의 하얀 살이 보들보들 하고 간이 딱 맞아서 맛있었다. "엄마,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하더니 딸아이는 고양이처럼;; 한마리를 뚝딱 먹어치웠다.

그렇게 맛있다니 아들도 먹일 겸 나는 생선을 한 입도 안 먹었다. 모성의 화신이라서가 아니라 낮에 먹은 고단백 음식이 소화가 되지 않아 그랬다. 그것도 모르고 눈에 콩깎지가 쓰인 딸이 묻는다. "오빠주려구 엄마는 안 먹어?" "응." "엄마는 참 자식을 아끼는구나~" 토닥토닥. 이건 거의 "사랑합니다 고갱님"처럼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멘트다. 매번 들어도 매번 웃기고 이젠 슬며시 어깨에 힘도 들어간다. '왜 이래. 나 좋은 부모야' 으쓱한다. 저 지칠줄 모르는 칭찬경영 마인드는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글을 쓰고 딸은 책상에서 무언가를 했다. 구몬수학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겠지 했더니 잠시 후, 나를 톡톡 친다. "엄마, 내가 상장을 줄게~" 웃음이 터졌다. 그냥 상도 아니고 '11월 자식사랑상'이다. 나는 10월이나 9월과 다름없이 자식을 돌보았을 뿐인데 11월에 받았다. 마지막에 몇 학년 몇 반이 아니고 동호수를 넣었다. 한 집에 사는 생활공동체라 그런가보다. 인장은 무려 '자식'이다. 이렇게 상을 받고 나니,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겠다'는 수상소감이 빈말이 아님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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