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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리스트 라캄파넬라 - 윤디 리



Liszt La Campanella - by Yundi Li

피아노는 신기하다. 깃털같은 소리도 나고 폭포같은 소리도 난다. 정확히 짚어내는 손끝. 바늘끝처럼 날카롭고 수려한 선율이 가슴에 탁탁 꽂힌다. 리스트의 라캄파넬라는 손이 세 개 있어야 칠 수 있는 곡이라는데 진짜 어려워 보인다. 뛰어난 기량으로 말끔하게 자기만의 연주를 펼치는 중국인 피아니스트, 윤디 리. 열여덟살인 2000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했다고. 젊은연주자답게 힘있다. 기백과 낭만의 공존. 무한반복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달랜다. 음악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만 음악이다.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음악은 많다. 

'함정을 파면 그것을 판 장본인이 빠지는 장소. 그대가 달라붙어서 몸부림치고 그대도 역시 달라붙은 채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곳. 그대에게 한줄기의 깨달음의 빛도 떠오르지 않는 까닭이다. 세계와 그대, 전 생명과 비생명과 죽음에 관해 깨달음의 빛이 떠오르지 않는 까닭이다. 이곳 지상에는 고문만이 존재하며 그대는 협잡꾼의 말 속에서 올바른 말을 찾지 못하며, 세계라는 수수께끼를 풀 수 없는 까닭이다. 그대는 오로지 방정식을 풀 따름이다. 세계란 어쨌든 풀리는 방정식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풀리고 나면, 금은 금으로서, 오물은 오물로서 제 자리를 찾는다.'
 
- 잉게보르크 바하만 <삼십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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