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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인터뷰 강의를 마치고


‘인터뷰가 사랑의 메신저’ 새해 벽두 일간지를 장식한 제목이다. 어느 남자 배우와 여자 아나운서의 결혼소식인데, 아마도 아나운서가 배우를 인터뷰하다가 정이 싹튼 모양이다. 회심의 미소가 절로 고였다. 평소에 ‘인터뷰는 짧은 연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눈빛을 읽어내려 애쓰는 등 타인의 우주로 진입하려는 소통 의지는, 연애의 기운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전문 인터뷰어는 죄다 바람둥이겠네? 라고 물어서는 아니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운명의 행로를 바꾸는 사랑은, 그렇게 자주 오지 않으므로.


꽃다운 청춘들과 인터뷰 수업을 하게 됐을 때, 사실 난감했다. 연애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 어느 시인은 ‘효모에게 술이 되는 법을 가르칠 수 없듯이 시 쓰기를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사 연애 행위인 인터뷰도 마찬가지이다. 애당초 보편타당한 인터뷰론은 불가능하다. 인터뷰 방법론은 대상을 만날 때마다 매번 새로 발명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사적인 연애담을 들려주는 심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사람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첫 말문을 열고 무엇이 궁금해 파고들며 왜 끙끙대고 어느 대목에서 희열을 느끼고, 듣는 순간 눈송이처럼 흩어지는 말들과 감흥을 어떻게 추슬러 기록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