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극장옆소극장

박정훈 사진전 - 시가 흐르는 얼굴들


간밤에 누워 생각했다. 내가 사진전을 아직도 안 간 것은 의리없는 행동이다. 아무리 입이 헐고 피곤에 쩔어도 이럴 순 없다. 다음주 평일에 갈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당기기로 맘먹었다. 아침에 눈 떠 친구한테 전화했다. "박작가오빠께서 첫 개인전을 하는데 같이 가자." "그래? 니가 좋아하는 그 박작가 오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지금까지 수십명이 넘는 사진가들과 취재를 다녔는데 친한 동료는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그 중에 사진가로서 존경을 보내는 이들은 둘 정도다. 그중 일인. 내가 장난삼아 박작가오빠라고 부르는 박정훈 선배다. 인물사진이 탁월하다. 미학적으로 감성적으로 둘다. 형식과 내용이 서로 맞물려 사진이 깊고 아름답다.


김기택 시인이 '삶의 진액'이라고 표현해서 끄덕끄덕 공감했다. 그 사람의 정수를 잘 담아낸다. 심연을 파고드는 매의 눈을 가졌다. 유난스럽지 않게. 덤덤하게. 같이 일해보면 선수와 선수 아님의 차이는 요란함 같다. 과함과 깊음이 동시에 추구하긴 어렵다. 그래서 내가 민중자서전을 하면 꼭 같이하고 싶었고 이미 삼년 전에 합의도 이뤄진 상태다. 둘다 생계형 일로 바빠서 마음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차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겠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친분과 감동을 넘어 영감을 줄 수 있어야 좋은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암튼 일반인들에게 이름은 알려져있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사진 좋은 사진가'로 통한다. 첫번째 개인전이 늦은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