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표현을 두 번 쓰지 마라

[글쓰기의 최전선]

접속어

12매 분량을 써야하는 원고가 13매 써졌다. 원고 1매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두 세 문장을 덜어내는 것도 있지만 글의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접속사’와 ‘반복어휘’ 걷어내기다. 그냥 보면 안 보이는데 고르자고 작정하면 여기저기 박혀있는 접속어가 눈에 띈다 . 접속어가 많으면 글이 딱딱해지고 논리적, 설명적이 된다. 철학책을 생각해보라. 접속어에 자꾸 걸려서 글이 매끄럽지가 않다. 논조를 따라가기 어렵다. 나는 철학책에 한 줄 걸러 등장하는 접속어가 거슬려서 - 안 그래도 내용도 어려운데- 몰입에 곤란을 겪곤 했다.

- 이상은 현실을 견디는 진통제다. (그러므로) 이상이 크고 높을수록 어지간한 통증은 다 녹아들어 간다.

- 니체는 철학이 비탄의 음울한 구름을 걷어 내고 삶 앞에서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철학이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니냐고 묻는다.  

접속어를 빼고 읽어보자.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각각 문장만 떼어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한 페이지에 접속어가 한두 개 있는 글과 열 개에 달하는 글은 확연히 다르다. 접속어가 적을수록 글의 리듬이 살아난다.   

반복어휘

 간결함을 추구하는 현대 문장에서 중복 어휘는 '이단'이다. 요즘 뒤늦게 영어공부를 하느라 ‘오바마 연설문’을 읽고 있다. 미국대통령 취임문이니 최고의 문장가가 썼을 것이다. 내가 발견한 특징은 중복 어휘가 없다는 점이다. 같은 의미 다른 표현. 조상이란 표현도 각기 forebear, ancestor, founding father 등 세 가지를 쓰더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한테 어휘선택은 자존심 지키기다. 무지개 빛깔의 단어를 적재적소에 새기는 건 글에 대한 예의이다. 
 다음은 중언부언의 사례들. 

* 주어진 조건하에서 어떤 역이든 주어만 주십시오.

-> 가능한 한 어떤 역이든 맡겨만 주십시오.

* 한번 만지기만 해도 왈칵 잠이 들 것만 같은 담요를 한번 만져 보고 싶었다.

-> 한번 만지기만 해도 왈칵 잠이 들 것만 같은 담요에 탐이 났다.

* 70~80% 정도 -> 70~80%

* 미리부터 예약되었었다. -> 예약되었다.

* 컨대 금연실 설치가 그 이다. -> 예컨대 금연실 설치이다.

* 가장 우수한 사원의 한 사람이다. -> 최우수 사원이다. 가장 뛰어난 사원이다.  

조사중복 

* 서울은 집이 방이 좁다. -> 서울 집은 방이 좁다.

* 주식화사의 설립의 조건의 가짓수는 다섯이다. -> 주식회사 설립의 조건은 다섯 가지다.

* “군자는 다섯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 “군자는 다섯수레의 책을 읽으라” 했다.

아름다운 중복 

더러는 어휘 중복으로 글맛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중복을 피해야한다면서 무조건 반복어휘를 삭제해도 곤란하다. 일반적인 법칙에서 예외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필자의 능력이고 고유의 스타일이다. 니체는 아포리즘 형식으로 글을 썼다. 시처럼 유난히 중복이 많고, 그렇기에 힘이 넘친다. 예문을 보자. 니체가 '진리'와 사랑에 빠진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비판하는 부분에서 나온 문장이다. 철학자는 현인이기보다 지혜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다. 진리를 사랑하지 말고 삶을 사랑하라는 얘기다. '너는'의 삿대질이 글을 살렸다.  

"너는 노예인가? 그렇다면 너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너는 폭군인가? 그러면 너는 친구를 가질 수 없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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