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을 닦다 / 정호승 '나뭇잎에 앉은 먼지를 닦는 일'

[올드걸의시집]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앉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 정호승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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