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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시집

발걸음 / 문충성 '새해엔 빛나는 삶이게 하소서'

 

캄캄한 추위가 출렁이고
새하얗게 눈보라 아득한데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서
반짝 눈뜨는 그리움 하나 가엾고나
강물도 얼어붙어 흐르지 않건만
빈 가지엔 찬바람만 걸려 울건만
취한 듯 눈부시게
새해에는 밝아 깊숙이
나를 꿈꾸게 하는구나
새해엔 빈손 들고 어정어정
발걸음만 떠돌지 않게 하소서 발걸음이여
이 세상엔 웃음도 많지만
서러움도 많아라 서러움이여
아직 하늘빛은 어둡지만
가슴가슴 고통도 많지만
빈 가지에도 새 생명의 숨결 부풀어오름을
나는 보게 되리 파랗게 눈물 속을
날아오르는 새들을 그리움을
얼음 풀리는 강물 소리도 듣게 되리
새해엔 빈손 들고 어정어정어정
걷는 발걸음이 꿈꾸는 우리들
빛나는 삶이게 하소서 발걸음이여

- 문충성 시집 <떠나도 떠날 곳 없는 시대에>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