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증. 프로이트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환자의 사례를 통해 신경증의 특징을 설명한다. 환자는 사람이 많을 줄 알고 병원에 왔는데 대기실이 텅 비었다. 의사에게 실망한다. 어차피 대기실에는 나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사람이 없기에 진료실 문을 닫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을 프로이트는 권위에 대한 갈구로 읽는다. 신경증 환자들은 매우 활력이 넘치거나 고집이 세고 지적수준이 평균을 넘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이 신경증 질환에 걸리는 것은 그의 자아가 리비도를 어떤 형태로든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당하는 경우다. 프로이트는 정상적으로 성생활을 할 경우, 신경증이 발생하지 않는다.(520)고 본다. 신경증의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우연적 체험에 의한 좌절(외상적) 둘째, 리비도 고착(유전적인 성적기질+유아기 체험) 셋째, 자아충동과 성충동 사이의 갈등.
# 증상. 신경증 증상들은 리비도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족시키려고 할 때 생겨나는 심리적 갈등의 결과이다. 손을 자주 씻거나, 같은 패턴의 짝사랑을 반복하는 강박신경증, 광장공포증이나 유아신경증은 불안히스테리다. 신경증환자는 자기행동의 문제점을 안다. 반성 등 자기검열이 이뤄진다. 그래서 정신분석 치료를 통해 증상이 제거될 수 있다. 신경쇠약, 불안신경증, 심기증(건강염려증) 등 실제적 신경증은 신경증의 핵심이자 전단계다.
한편, 나르시시즘적 신경증은 좀 다르다. 편집증, 분열증이 이에 속한다. 편집증은 과대망상, 피해망상, 애정망상, 질투망상으로 서술된다. 이는 정신병이다. 그들은 망상에 대한 자기 확신이 차있다. 지적이고 완벽한 사고의 한 체계를 구성해 놓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나르시시즘은 대상 집착이 없다. 자기가 타자에게 보여 지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정신분석 치료가 불가능하다.
# 고착. 병적인 증상들의 결과 과거의 어느 특정한 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이 고착이다. 외상성신경증은 전쟁에 의해서 매우 빈번하게 촉발되는 병이다. 외상성신경증의 바탕에는 외상을 가져온 사고 순간에 대한 고착이 깔려 있다. 꿈속에서 규칙적으로 외상적 상황을 반복한다. 현재나 미래에 관심을 기울이기를 포기하고 지속적으로 과거에만 매달린다. 고착은 신경증 넘어서서 포괄적인 의미다. 모든 신경증은 고착을 포함한다. 그러나 모든 고착이 신경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어떤 과거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고착하는 가장 전형적인 모습은 슬픔입니다. 슬픔 자체는 현재와 미래에 가장 완전하게 등을 돌릴 수 있는 길입니다.” (376)
억압과 고착과 퇴행의 차이. 모두 공간적인 개념들이나 조금씩 성격이 다르다. 억압은 역동적인 개념이다. 고착은 어떤 충동의 과거의 영토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점착적이다. 퇴행은 순전히 서술적인 개념으로 리비도가 그 발달 과정의 이전 단계들로 돌아가는 것(구강기, 항문기로)을 의미한다. (462)
# 앎. 무의식은 망각되지 않는다. 무의식은 시간이 아닌 공간 개념이다.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연결된 방을 연상하면 된다. 정신분석의 요법은 이 소외된 의식인 무의식을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인지적 차원의 앎과 인정 차원의 앎은 다르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의 차이. 앎을 자기화하는 것은 윤리적 차원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상기해보라. 악덕마저도 무지에서 연유한다. 의사는 그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해 줌으로써 환자 자신을 무지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를 통해 환자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분석 주체는 환자 자신이다. 의사는 길만 열어준다. 몰랐던 지식이 아니라 알았지만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증상들은 증상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사라진다.”
# 저항. 저항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환자는 매우 다양하고도 세련된 형태로 저항한다. 조용히 자신을 관찰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내부에서 느끼는 지각들, 즉 감정과 생각들, 기억들을 떠오르는 순서대로 모두 말하도록 요구한다. 분석치료는 치외법권을 허용할 수 없다. 저항들은 분석의 가장 훌륭한 지침을 제공해준다.
# 전이. 전이는 저항의 형태다. 억압된 충동을 반복한다. 전이는 현재의 이 사람을 과거의 어떤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관계에서 아버지 대신에 의사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전이는 누군가를 향해 느낌, 소망, 공포, 환상 등을 경험하는 것이다. 전이되는 감정의 원천은 아동기 때의 중요한 타인들이다.
처음에 프로이트는 전이를 치료의 장애물, 혹은 억압된 기억의 회상을 방해하는 저항으로 생각했는데 점차 환자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했다. 프로이트는 전이된 반응과 원래 증상이 같다고 가정했다. 환자는 분석가와의 전이관계에서 과거의 관계와 현재의 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마침내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전이신경증을 해결하면 치료가 끝난다.
# 질병의 이득. 증상들의 의도는 성적인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증상들은 환자의 성적 만족에 봉사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채워지지 못한 그런 성적 만족의 대용물이 증상으로 드러난다. “현실 세계가 자신들의 욕망 충족을 어떤 방식으로든 허용하지 않을 때, 즉 <좌절> 때문에 질병에 걸렸다. 증상들은 결국 인생에서 상실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증상은 억압하는 자아의 경향성에 만족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증상을 통해서 갈등을 처리하는 것은 가장 편하고 쾌락 원칙에도 가장 잘 들어맞는 방법이다. 증상형성에 의해서 확실히 자아는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내적인 작업을 면제받는다.(515)
자아충동과 성충동의 갈등이 신경증으로 발전하는 것이 덜 해롭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감내할만한 해결책으로 부각되는 그런 사례들이 있다. 예컨대 남편한테 거칠게 취급받던 여성이 거의 규칙적으로 신경증이라는 탈출구를 찾았다. 그녀가 비밀리에 어떤 다른 남자에게 위로를 받기에는 지나치게 겁이 많거나 도덕적인 경우, 그녀가 모든 방해를 무릅쓰고 남편과 헤어질 만큼 강하지 못한 경우 그녀는 신경증으로 도피한다. 그녀의 병은 남편에 대한 투쟁에서 무기로 작용한다.(516)
질병은 일종의 자기보존본능을 나타낸다. 많은 신경증 환자가 매번 갈등에 직면할 때마다 질병으로 도피하는 길을 택한다.
* 프로이트 <정신분석강의> (열린책들) 신경증 부분 중 일부를 정리했다. 프로이트가 성환원주의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나 역시 불편한 지점이 있는데 프로이트는 성에 대해 포괄적 개념을 쓴다. 또 성과 생식을 완전히 분리한다. 성생활의 불만족으로 인한 삶의 조화가 방해받는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의 질병규정은 성충동에서 연원하고 그래서 그의 분석대로라면 도착이나 신경증이 상당히 일반적인 증상이다. 성적 억압에 따른 근엄함과 경직된 심리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아쉽게도 프로이트는 얘기하지 않는다. (프로이트 욕망이론을 광장으로 사회적 관계 속으로 끌고 나온 사람이 빌헬름 라이히) 아무튼 정신분석은 침실과 상담실의 학문. 그러나 침실은 권력관계가 드러나고 일상혁명이 일어나는 중요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