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 이성부 '한 사람이 구름 하나가 나를 불러'

[올드걸의시집]
   


   한 나라가 다시 살고 다시
   어두워지는 까닭은
   나 때문이다.  아직도 내 속에 머물고 있는
   광주여,  성급한 목소리로 너무 말해서
   바짝 말라 찌들어지고
   몇 달 만에 와보면 볼에 살이 찐,
   부었는지 아름다워졌는지 혹은 깊이 병들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고향,  만나면 쩔쩔매는
   고향, 겁에 질린 마음을 가지고도
   뒤돌아 큰 소리로 외치는 노예, 넘치는 오기
   한 사람이, 구름 하나가 나를 불러
   왼종일 기차를 타고 내려오게 하는 곳
   기대와 무너짐, 용기와 패배,
   잠, 무서운 잠만 살아 있는 곳, 오 광주여 


   -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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