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다시 살고 다시 어두워지는 까닭은 나 때문이다. 아직도 내 속에 머물고 있는 광주여, 성급한 목소리로 너무 말해서 바짝 말라 찌들어지고 몇 달 만에 와보면 볼에 살이 찐, 부었는지 아름다워졌는지 혹은 깊이 병들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고향, 만나면 쩔쩔매는 고향, 겁에 질린 마음을 가지고도 뒤돌아 큰 소리로 외치는 노예, 넘치는 오기 한 사람이, 구름 하나가 나를 불러 왼종일 기차를 타고 내려오게 하는 곳 기대와 무너짐, 용기와 패배, 잠, 무서운 잠만 살아 있는 곳, 오 광주여 -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 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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