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 무리짐승이니까

[비포선셋책방]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묻는 질문을 구별하려는 노력, 이것이 언어의 순결함이다. 사실이 먼저 있은 후에 의견이 있을 뿐이다. 사실이 여론을 이끌고 가는 세상이 민주주의다. 여론이 사실을 뭉개버리는 세상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 김훈,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김훈의 지적대로, 우리는 여론이 사실을 뭉개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여론몰이의 일등공신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부패언론과 일신의 안락과 소비의 삶을 부추기는 영혼 없는 공중파 방송이다. 여론의 힘으로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업은 이명박이 ‘다수결’로 대통령이 되고, 이미지 정치에 힘입어 콘텐츠가 부실하기 그지없는 박근혜가 ‘여론조사’에 따라 차기 대통령 후보 1위로 꼽힌다. 파업은 국가경제의 기반을 흔든다는 여론, 노무현은 말을 함부로 한다는 여론, 이혼가정 아이들이 심리적 장애가 크다는 여론, 모든 교육정책을 전교조 대 반전교조로 몰고 가는 여론 등. 미세먼지처럼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여론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덮었다. 미디어로 축적된 사실들은 국민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 지배계층에 의해 조작된 ‘여론’이 사실과 진실을 뭉개버리는 세상이다.

민주주의는 '무리짐승'을 낳는다

이것이 니체가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민주주의는 여론에 의한 사실(진실)의 사망이 가능한 구조다. 진실을 밝히는 한 명의 강자에 대해 백 명의 약자가 ‘다수결’로 여론을 제압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독일어로 ‘짐승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니체는 “자유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시민들 개인의 적극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을 무리 짓게 만들고 그 무리를 (하향)평준화하는 어떤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그들이 모든 힘을 다해 추구하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위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면서 풀을 뜯는 무리들의 보편적인 녹색 행복이다. 그들이 가장 많이 부른 두 노래와 이론은 ‘동등한 권리’와 ‘고통 받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이다. 그들은 고통 자체를 폐기해야 하는 어떤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더보기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