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 김혜순 '상처만이 상처와 스민다'

[올드걸의시집]




 누가 쪼개 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 놓았나
 윗 눈꺼풀과 아랫 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성차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 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 김혜순 시집 <당신의 첫>




감탄할 수도, 존경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무능력. 니체의 멋진 말이다. 한 신체의 감응력이 곧 능력이라고 스피노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슬퍼할 수 있음이 능력이라면, 시인은 능력자다. 지난주 월요일 문지문화원에서 만난 김혜순 시인의 경우도. 그녀는 '슬픔'과 '우울'을 두 개의 심장처럼 움켜쥐고 생을 영위하는 듯보였다. 시를 몇 편 읽어주셨는데 만남의 불가능성, 소유의 불가능성을 이유로 삶이 온통 슬픔임을 토로하셨다. 우가 울에게, 란 시도 있더라. 지평선이란 시가 맘에 들었다. 상처만이 상처와 스밀 수 있는가. 핏물 스미는 갈라짐. 처절해서 아름답다. 20대에는 김혜순 시의 과다한 뒤틀림과 몸부림의 언어들이 부담스러워 시를 읽지 않았는데 그날 읽어주신 시들은 튕김없이 스몄다. 

세 가지 이야기가 6일째 남아있다. 하나. 벌거벗은 상태의 말. 벌거벗은 말을 발견하는 것이 시, 라고. 자기의 언어를 발견하라고. 알몸의 언어를 찾아야 시인이라고 했다. 고로 지구상에는 60억 가지 말이 있단다. "각자 다른 별자리가 있어요. 난 내 별자리가 있어요. 겹치면 시인 아니에요." 자기만의 길을 가는 이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와 맞닿는다. 천개의 눈, 천개의 길, 천개의 시.  둘. "심각한 연애중일 때도 우린 순간순간 시련해요. 24시간 넣고 다닐 수 없으니까. 기괴하지 않은 사랑은 없어요. 비정상이죠. 나는 당신과 하나가 아니고 상실과 하나에요." 셋. 어느 문창과 학생이 선생님에게 강연을 부탁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했더니 "거절은 단번에 해요. 그래야 아프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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