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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시집

꽃잎 - 사랑노래9 / 김정환 '다시 열리는 열림'



일상은 내용이 끝내 형식보다
천박하지. 열리고 다시 열리는
새로운 열림을 여는 꽃잎. 깊이도 없이
열림의 열린 중첩이 깊이보다 깊은
그 앞에서는 우주도 애매하고
생애도 허망하고, 그게 영롱한 꽃잎 그리고

영롱은 뼈대가 끝내 응집보다
바삭하지, 열리고 다시 열리는
새로운 열림을 여는 꽃잎, 부피도 없이
열림의 열린 중첩이 부피보다 더 벅찬
그 앞에서는 남녀노소도 부모자식도 구분이
흩어지지만 결합이 영롱하고 흐린 삶이
가까스로 구체적이라 총체적인 꽃잎

울음이 카오스를 응집하고
웃음이 코스모스를 확대하는 꽃잎
아름다움은 필경 그런 새로움의 형식이다
열리는 시간을 영롱하게 하는 꽃잎과 꽃잎 사이
열리는 공간을 영롱하게 하는 꽃잎과 꽃잎 사이
사이와 사이 사이로

- 김정환 시집 <레닌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