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상상을 許하라!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2007년 봄 시민씽크탱크를 표방하고 설립된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는 반년 만에 1900여 건의 제안이 등록됐고, 최근 ‘현금인출 수수료 안내 시스템’ ‘수영장 생리할인’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사소한 불만이 희망의 씨앗이 되는 신나는 상상놀이터, 사회창안센터를 찾았다.
희망 넘치는 사회 만드는
작지만 위대한 씨.앗.들
거리의 들꽃만큼이나 다양하고 싱그러운 웃음을 띤 얼굴들. 이들이 바로 우리사회의 희망을 제작하는 주역이다. 사무실 입구에는 365장의 사진이 도열해 길을 밝히며 오가는 길손들에게 다정히도 인사를 건넨다.
사회창안센터는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공익적 제안을 모아 현실화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이를 조사하고 숙성하여 우리사회에서 공론화하고 현실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 주요 연구내용이자 활동방향이다. 박제된 이론이나 추상적인 정책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실사구시 해보자는 취지인 것이다.
모든 시민은 정책입안자다
“시민의 힘으로, 시민의 상상력으로 우리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자는 시민씽크탱크인 희망제작소가 있고요. 그 안에서도 <사회창안센터>가 시민참여의 가장 적극적인 통로가 됩니다. <오마이뉴스>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고 선언했다면 <사회창안센터>는 ‘모든 시민은 정책입안자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경희 연구원의 말이다. 지난 2006년 3월 이후, 지금까지 접수 된 아이디어는 1900건이 넘는다. 면면을 살펴보면, 유통기한 표기를 알기 쉽게, 지하철 손잡이 높이를 바꿔 봐요, 세금 및 공과금 이중부과 시 사죄비 지급, 현금지급기 수수료 사전공지 등등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알토란같은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렇게 나온 각각의 아이디어는 연구원 리포트와 시민평가단에 의해 타당성을 검토 받는데, 시민평가단은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평가 조사하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현재 3기 째 운영 중이라고.
“또한 와글와글 포럼을 열기도 합니다. 이는 제안된 아이디어에 대해 각계 전문가 및 시민이 참여하는 토론광장이죠. 예를 들어, 유통기한 표시가 너무 작다고 하여 폰트를 키우는 문제를 논의할 때는 소비자보호원과 소비자단체, 아이디어 제안 시민, 업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서 포럼을 열었습니다. 아이디어 검증 및 현실화를 검토하는 자리이죠.”
김이혜연 연구원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 더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인간적이고 창의적이면서도 사회경제적 약자와 함께 하는 공동체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사회창안센터의 소명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출금전 공지’ 등 아이디어 씨앗이 열매로
초창기에는 혹시 사회창안센터가 이거 저거 해결해 달라고 무작정 요구하는 민원창구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괜한 기우였다. 외려 문제제기부터 개선방안, 법률 검토, 예상되는 어려움 등 조목조목 짚은 ‘기획서’ 수준의 아이디어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안의 활성화를 위해 매달 으뜸과 버금 아이디어를 가려 상품권 및 간단한 상품을 선물이 지급된다고 김이혜연 연구원은 귀띔했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는 진척단계에 따라 씨앗아이디어, 새싹아이디어, 나무아이디어, 열매아이디어 등으로 나뉘는데, 최근들어 탐스런 열매아이디어로 하나둘 결실을 거두고 있다. 임산부배려 캠페인- ‘내 안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가 각종 매스컴을 타며 공론화되었고, 은행수수료를 출금 전에 미리 공지하는 문제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시행 중이다. 또한 시각장애인 고충해소 프로젝트에서는 길거리 돌기둥 문제와 신호등 음성안내 문제, 금융 관공서 자동화기기 이용문제 등이 제기됐고 보건복지부와 건설교통부등에서 검토 중이다. 종로구에서는 230여개의 돌기둥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사회창안, 삶의 자세를 바꾸는 좋은 습관
“사회창안도 습관이거든요. 한번 해보고 나면 우리사회 문제점이 계속 보이는 거죠. 단순히 제안만 하다가 타당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막연한 불평불만이 대안으로 승화되고 또 제안을 올리면 댓글도 관심 있게 보게 되고요. 사회창안이 애초에는 사회에 뭔가 변화를 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제안자의 삶의 자세를 바꾸는 셈이죠.”
김이승현 연구원은 이와 관련한 잊지 못할 일화를 들려주었다. 올 3월부터 한국일보와 공동기획으로 ‘이건 어때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꿉니다.’ 캠페인을 열면서 한국일보에 사회창안센터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는데, 그걸 본 재소자가 편지지에 직접 자필로 써서 두툼한 아이디어 자료를 세 차례나 보내온 것이다.
“나중에는 탄력을 받아서 재소자들끼리 우리사회 범죄 예방 아이디어를 논의해 보내왔더라고요. 이런 경우처럼 사회창안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개인의 삶의 질적 향상은 물론 우리사회가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사회창안 분위기 확산에 더욱 주력할 계획입니다.”
사회창안센터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현장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체’이지만 그렇다고 ‘시민단체’는 아니다. 문제를 발굴하고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가운영이라는 적극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인 정책 대안을 만들어 제시하려는 민간-씽크탱크이기 때문이다. 또 사회창안센터를 이끄는 5명의 연구원은 마치 우리사회의 시민대표를 뽑은 듯 다양한 인적구성을 자랑한다. 정년퇴임한 김신형 연구원의 경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정재도 연구원의 전문지식, 기자 출신 이경희 연구원의 분석력,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이혜연 연구원의 열정,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김이승현 연구원의 생활의 지혜 등 환상의 팀워크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경희 연구원은 시민들에게 ‘아이디어 팁’을 제공했다.
“우리사회 대부분 시설물은 남성·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약자를 배려하고 공공정신이 살아 있는 정의로운 사회, 생태주의 관점들이 구현되는 대안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혜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국가는 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작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고 어느 사회학자는 말했다. ‘시민의 상상력’으로 절망과 갈등, 분노를 희망의 씨앗으로 바꾸어내겠다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21세기 실학운동이 더욱 반가운 까닭이다. 김송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