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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터뷰

심용식 소목장 - 우주로 통하는 '생각하는 문' 짜다

집이 사람이라면, 창호는 얼굴이다. 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머무는 곳이 창호다. 어린 시절 수덕사에 드나들던 한 소년은 수덕사의 '얼굴'에 반해버렸다. 전통문살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그후 첫사랑의 얼굴을 가슴에 품듯 묵묵히 나뭇결을 쓰다듬고 깎으며 살아왔다. 그러길 40년,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그를 ‘장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바람세와 빛의 양, 사람의 성향까지 고려한 ‘생각하는 문’을 짜는 심용식 소목장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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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6호 소목장 심용식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빗발이 제법 세차다. 서울 도심에서 비가 내리면 고층 빌딩에 하늘이 잘리고 우산을 든 인파에 시야가 가려서 온통 발아래 흙탕물에만 신경이 간다. 하지만 한옥은 다르다. 북촌에 자리한 ‘청원산방’은 비오는 날의 운치가 충만히 드러난다.
‘맑고 둥글다’는 뜻의 ‘청원’은 심용식 소목장의 아호다. 이름처럼 맑고 둥글게 하늘을 넉넉히 받아 안은 앞마당에 비가 스며들자 잔디가 파릇파릇 생동하고 바위는 말간 얼굴을 내민다. 처마 끝에서 빗물 떨어지는 모양과 소리는 그대로 우주의 화음이다.

“한옥은 낙수 소리가 최고지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젖어든 심용식 선생이 입을 뗀다. 한옥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한 평생을 바쳐온 그의 말이 ‘진리’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